선거전의 여론조사에서는 중립항목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선거조사에서는 부동층이 30% 내지 5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따라서 부동층을 잡기 위한 방안이 각 후보자들의 중요한 선거전략이 되고 있다.언론의 선거결과 예측에서도 부동표 해석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1994년 대구와 경주 보궐선거에서 민자당은 자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대구지역은 백중세를,경주지역은 우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두 곳 모두에서 패배하였는데 그 이유는 40%로 나타났던 부동표에 대한 투표성향을 잘못 예측한 데 있었다고 한다.
민자당의 예상과는 달리 부동표는 대부분 야당 성향이었다.
부동층에 대한 정의는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그룹"을 말한다.
그러나 부동층 안에서도 '지지 후보를 결정했으나 말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특히 전화조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아마도 그동안의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가능한 한 숨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사 주체의 의도나 조사 결과의 사용 목적에 대한 의문 때문에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낯선 사람이 전화 속에서 불쑥 던지는 질문에 진지하게 응답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 나라 언론들은 한결같이 '전에 없는 부동표'를 무슨 대단한 괴변처럼 떠들어댔다.
…내가 보기에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진의(眞意)아닌 의사표시'가 한 정신적인 습성을 이룬 듯하다.
김왕흥씨의 경우,나는 그가 투표 당일까지 한번도 자신의 지지자나 지지 정당을 밝히는 걸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부동표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어지간히 가까운 사람들이면 모두 그가 누구를 찍을지 훤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유독 김왕흥씨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김왕흥씨와 자주 어울리는 시장패거리만 해도 투표 당일까지 명확하게 자신의 지지를 밝힌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서로들 누가 누구의 지지자인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 그들이 과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선뜻 제 속마음을 털어놓았을까?" (오딧세이야 서울,이문열,1권,194쪽,민음사,1993)
전화조사에 응답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전화조사의 오차를 크게 한다.
오차가 크면 후보자 간의 지지도 차이가 근소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화조사로 누가 당선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선거 여론조사는 1980년대 후반 처음 시작된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선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아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