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비평가 H.G. 웰스(Wells)는 "언젠가는 통계적 사고력(statistical thinking),즉 숫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쓰기나 읽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때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숫자를 만들어 내느라 종일 분주히 일하고,이렇게 생산된 수많은 숫자 속에 묻혀 그것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야흐로 숫자를 위한,숫자에 의한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결국 숫자로 요약되므로 현대를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웰스가 말한 대로 숫자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읽고 쓰는 능력 못지않게 현대사회에서 이미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기는커녕 숫자를 대하는 데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새뮤얼슨이 말했듯이 우리 사회에서 개나 고양이,금붕어를 좋아하는 것은 고상한 취미로 여기지만 숫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약간 돈 사람'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한 것이 바로 수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과의 대화나 신문 방송 등에서 매일매일 마주하게 되는 숫자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무엇에 대해서 무척 많은 시간을 배우고 또 늘 가까이 접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마 숫자가 유일할 것이다.
숫자와의 인연은 아기로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신생아로 태어나 제일 처음 받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예컨대 3.6kg이라는 숫자다.
이 숫자는 한동안 꼬리표로 따라다니며 아기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정상아인지 우량아인지)의 근거로 쓰인다.
자라면서는 학교에 가기 훨씬 전부터 속셈학원이다,눈높이수학이다 하는 것들로 숫자화시대에 대비한 준비를 일찍부터 시작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 수학을 많이 배운다.
칠판 가득한 숫자나 기호를 노트에 베껴 쓰고 다양한 계산과 응용문제를 습관적으로 풀면서 숫자화시대에 유능한 사람으로 적응하기 위한 지식체계를 쌓아 간다.
학교 밖의 생활에서도 숫자화 경향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사회현상이나 추상적인 개념까지도 숫자로 표현돼 우리와 쉴새없이 마주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지능은 IQ로,경제현상은 GDP(국내총생산)나 물가지수 주가지수 등으로,날씨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느낌은 불쾌지수로,심지어는 빨래가 마르기에 적당한 날씨인가까지 빨래지수로 표현한다.
정치인의 인기도나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경쟁적으로 우리에게 퍼부어 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혹은 '최근 조사에 의하면'으로 시작되는 방송이나 신문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