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1년… 인간의 탐욕, 계속 되고 있나
커버스토리

세계 금융위기 1년… 인간의 탐욕, 계속 되고 있나

정재형 기자2009.09.16읽기 3원문 보기
#세계 금융위기#리먼 브러더스 파산#서브프라임 사태#무역적자#재정적자#저금리정책#파생상품#골디락스

자본주의에서 경제는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가며 성장해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주기적으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의 근저에는 대부분 투기가 있었고,인간의 탐욕이 깔려 있었다. 멀게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부터 1930년대 대공황,그리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모든 위기는 인간의 탐욕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1년 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강달러 정책으로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소비했다. 미 정부도 거둬들이는 세금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는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적자(2008년 6771억달러,GDP의 6% 수준)와 재정 적자(2008년 10월~2009년 9월 1조2000억달러,GDP의 8.3%)로 나타났다. 이런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가 매년 후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90년대 IT 버블 붕괴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기 보다는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펴며 경기를 떠받쳤다.

최근의 서브 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경기를 두고 골디락스(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완만한 성장 상태) 시대가 도래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제조업은 독일 일본 중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들만 달러의 힘을 등지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금융 경제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이다. 금융산업에 대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고 남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가로채는 것이므로 기업인이 해서는 안될 사업"이라고 비난했을 정도이다.

정 회장의 말이 지금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물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산업기반은 나라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영국 아일랜드 경제의 붕괴는 제조업이 약한 나라들이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금융산업의 기술자들은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면서 거품을 마음껏 키웠다. 새로운 파생상품은 무엇으로부터 파생됐는지도 모를 만큼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설계되고 그래서 리스크를 평가할 수도 없었으며 신용등급은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졌다. 금융회사는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단계마다 이익을 누렸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일하기보다 소비하고 싶고, 일을 하더라도 편하게 하면서 많이 벌고 싶어한다. 선거로 뽑히는 정권은 항상 높은 경제 성장을 원한다. 그러나 이런 욕구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인간의 탐욕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지금 미국 월가에서는 그 탐욕이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포퓰리즘 극복 여부가 국운 갈랐다
테샛 공부합시다

포퓰리즘 극복 여부가 국운 갈랐다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중앙은행의 화폐 남발로 메우다가 124% 이상의 초인플레이션에 빠졌고, 반면 그리스는 2019년 이후 감세, 복지 축소, 공기업 개혁 등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여 경제를 회복했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극복하는 것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두 나라의 대조적 사례가 보여준다.

2023.10.05

돈 없어 죄수까지 조기 석방··· 지자체發 파산 도미노 오나?
Global Issue

돈 없어 죄수까지 조기 석방··· 지자체發 파산 도미노 오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곳곳의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빠져 있으며, 심각한 경우 죄수 조기 석방까지 단행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실이 중앙정부로 확산되면서 국가신용등급 하락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각국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일본의 유바리시 파산 사례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2010.07.13

弱달러 시대, 달러화는 죽었다?
Global Issue

弱달러 시대, 달러화는 죽었다?

미국의 과도한 달러 발행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인도의 금 매입 등 각국의 달러 회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등 대체 통화들이 아직 충분한 유동성과 금융 발달 수준을 갖추지 못해 달러가 당분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9.11.04

무역적자가 나쁘다고?…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려
경제야 놀자

무역적자가 나쁘다고?…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는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으로 인해 다른 나라와 달리 통화 가치 하락 없이 지속되며, 오히려 외국 자본이 미국 국채와 주식으로 유입되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미국인의 소비와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기축통화 지위 유지와 상충하는 '트리핀 딜레마'를 야기한다.

2025.05.22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 유지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 유지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며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근거로는 높은 경제 회복력, 건전한 재정 기조, 낮은 국채 발행 규모(GDP 대비 2.9%), 구조개혁 지속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인구 고령화와 중국 경기 둔화, 가계 부채 증가 등은 향후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2016.03.2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