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성군(聖君)을 꼽으라면 단연코 1등은 세종대왕일 것이다. 세종대왕이 이처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보인 다양한 업적들이 종합돼 받은 평가 결과임은 분명하지만, 단연코 한글 창제의 업적이 가장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언어연구학으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대의 언어학대학에서 세계의 모든 문자를 놓고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한글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한글의 우수성은 무엇에 기인하는가? 한글은 그 어느 언어보다 높은 과학성과 효율성을 가진 언어체계로 만들어졌다. 먼저 한글의 자음은 특정 자음을 낼 때의 발성기관 모양을 본떴다. 모음의 형태도 하늘天(.), 땅地(ㅡ), 사람人(ㅣ)의 모양 세 가지를 조합해 10가지의 기본적인 모음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한글의 과학적 창제 배경은 1940년 안동 희방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한글은 인간이 발음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모든 소리를 표현한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불과 28개 문자만으로 1만1172가지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놀라운 효율성을 갖춘 언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전 세계 많은 언어학자들이 우리 한글을 극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글이 가진 이러한 효율성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문맹률을 기록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언어학자 중에서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은 영어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영어의 경우 표현할 수 있는 모음이 A, E, I, O, U에 불과하다. 반면 한글 기본 모음이 10개이며, 이들 모음을 조합해 추가로 다른 발음도 얼마든지 표현 가능하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영어에서는 한글에서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발음들인 ㅓ, ㅕ, ㅡ, ㅢ, ㅐ, ㅒ, ㅚ와 같은 모음들을 표현조차 할 수 없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높은 과학성과 효율성이 불과 30여년의 짧은 준비 기간 만에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문자인 한자와 영어의 경우 3000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서야 언어로서의 분명한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한글의 우수성은 비단 우리의 자화자찬만은 아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대지’의 작가 펄 벅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자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평가한 바 있으며, 미국의 언어학자인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는 “세계에서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고 평가한 바 있으며, 에드윈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과학 표기 체계의 음소문자”라는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국제사회로부터의 평가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그 결실을 맺었다.
이러한 평가에 더해 한글이 가져다 준 다양한 편의성과 혜택은 경제학적인 접근으로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특정 경제 행위를 더 수행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한계(marginal)적 개념을 사용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다. 한계의 의미는 특정 경제행위를 한 단위 더 수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 개념은 여타의 경제적 함의를 가진 단어들과 조합해 다양한 개념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계와 비용을 결합한 한계비용은 특정 경제행위를 한 단위 더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한계와 수익을 결합한 한계수익은 특정 경제행위 한 단위를 더 수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을 의미한다. 같은 원리로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은 특정 경제행위를 한 단위 더 수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소비의 경우 마지막 단위의 상품을 추가로 소비할 때 이로 인해 증가하는 만족감의 크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면,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소비할 때마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만족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처음 콜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느끼는 청량감이 이후 지속적으로 콜라를 마시게 되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은 우리의 소비생활 중에서 일반적으로 목격되는 이 같은 현상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 명명했고, 이러한 원리를 통해서 일반적인 소비행태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을 규명했다.
그렇다면 모든 소비 행태는 항상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면 한계효용이 체감하는 현상이 유발되는가? 예외적이긴 하나 특정 소비행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그로 인해 한계효용이 체증하는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키 활강이 여기에 해당한다. 처음 스키를 배우는 사람은 스키의 재미보다는 넘어지고 쓰러지는 과정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스키 타는 행위를 계속해서 늘리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스키 타고 내려오는 과정은 공포감이 아닌 쾌감으로 바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