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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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뭐가 다른가

생글생글2016.12.08읽기 6원문 보기
#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비분할성#근대적 대기업#대량생산#거래비용#분업화#KDI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경제 용어 중에는 정확한 개념을 숙지하지 못한 채 혼용해서 사용하는 용어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이다. 흔히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범위의 경제란 기업이 여러 재화나 서비스를 함께 생산할 때 발생하는 총비용이 그런 재화나 서비스를 별도의 기업이 생산했을 때 발생하는 총비용보다 작아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두 개의 제품을 한 기업이 생산할 때의 총비용이 두 개의 제품을 각각 다른 기업이 생산할 때의 총비용의 합계보다 작을 때를 말한다.

규모의 경제란 기업이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제품 하나를 만드는 단위당 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규모의 경제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유발되는 비용 절감효과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범위의 경제는 두 개 이상의 재화를 생산할 때 얻는 비용 절감효과와 관련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규모의 경제가 유발된다고 해서 반드시 범위의 경제도 함께 유발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범위의 경제가 유발된다고 해서 반드시 규모의 경제가 함께 유발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혼동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두 경제 개념의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다.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 주는 원인이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 주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생산 과정의 ‘비분할성(indivisibility)’을 들 수 있다.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여러 비용 중에는 제품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와 함께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의 생산량이 줄어도 비용이 함께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생산량이 줄어도 투여된 생산요소가 줄지 않아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경우를 비분할성이라 부른다. 이런 비분할성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가 고객에게 물품을 발송하기 위해 트럭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고객이 물건을 1개 주문하든 10개 주문하든 주문한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트럭을 운행하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건을 1개만 주문하면 해당 물건을 만드는 데 투여되는 원료비, 제조비 등은 그만큼 줄어들지만, 배송비는 줄어들지 않는 비분할성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고객의 주문이 늘어날 경우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배송 시 투여되는 비용이 10만원이라고 한다면, 제품 1개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투여된 배송비는 제품 한 개에 10만원이다. 하지만 제품 10개를 배송할 경우 개당 배송비는 1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제품 하나당 투여되는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비분할성으로 인해 범위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이 회사가 트럭의 빈 공간을 활용해 택배 배송업을 같이 하기로 한다면, 이는 범위의 경제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생산과정의 비분할성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어느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확인하게 됐을까? 그것은 근대적 형태의 대기업이 등장하면서다. 19세기 말 미국, 독일에서 먼저 등장한 근대적 대기업은 이후 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지로 확산됐다. 이들 근대적 대기업은 대량생산과 대량분배를 통해 어떻게 효율성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규모 거래로 인해 반복적으로 거래를 수행하면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대규모 자재 구입과 완성품 유통 과정에서 시장에 대한 정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생산과정과 판매과정을 철저히 분업화하면서 이를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19세기 이전에는 왜 근대적 형태의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19세기 이후에는 어떤 경제적 환경 변화가 있었기에 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힌트는 근대적 대기업이 가장 먼저 등장한 국가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얻을 수 있다. 대기업 형성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큰 시장이다. 대량으로 많은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규모가 큰 기업 역시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국가들은 19세기 말부터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국민소득 또한 크게 늘어나면서 구매력을 가진 다수 소비자층이 형성됐다. 이런 두터운 소비자층은 기업인들로 하여금 대기업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근대적 대기업이 등장하기 위한 두 번째 요건으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19세기 말 이후 흔히 2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기술적 상황이 산업 전반에서 전개됐다. 기계, 화학, 전기 등의 발달은 대규모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으며 철도, 자동차와 같은 교통 수단의 발달은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줬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발달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언젠가 큰 회사로 키워봐야지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시장규모와 기술혁신 등이 갖춰져야 한다. 누군가 큰 기업 CEO를 꿈꾸고 있다면 내 제품의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제품을 최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환경은 갖춰져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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