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게으름뱅이 데카르트
그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소녀의 이름- 그 소녀는 사시(斜視)였기 때문에,그는 평생동안 사시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고 살았다- 을 붙여주었다.
프랑신느(francine)라는 이름의 딸은 지극한 정성을 받으며 컸다.
비록 결혼을 한 부부사이에서 낳은 딸은 아니었지만 평생 처음 얻은 자식이었기에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프랑신느는 아쉽게도 다섯살이 되던 해,1640년 9월 7일에 성홍열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된다.
그는 몇 날 며칠을 서럽게 울었다고 전해진다.
한편,어린 시절 몸이 몹시 약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아침 늦잠을 허용받았고,이것이 습관이 되어 평생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잤다고 알려져 있다.
본인말로는 몸상태를 고려하여 1년중 아주 적은 시간만을 이성적인 활동에 투자하고,나머지를 오로지 휴식을 취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몇 권의 책을 썼는데,그것들이 훗날 조금은(?) 유명해졌다고 한다.
책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방법서설> <제1철학에 관한 성찰 : 하느님의 현존 및 인간의 영혼과 육체의 실재적 구별을 논증함> <정념론> <철학의 원리>.
이미 눈치챈 독자도 있겠지만,그는 르네 데카르트이다.
평범한 수준의 고등학생이라면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소개된,무려 10줄(!)에 이르는 그의 이론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가!
그는 한국에서 논술시험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요긴하게 인용된 학자 중 한 명임이 분명하다.
⊙ 왜 그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나?
이 코너에 소개되는 무거운 이름들의 고전들이 대개 안정적인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로서 실제로 읽기에 부담이 큰 반면,<방법서설>과 <성찰>은 각각 6부로 이루어진 논문형태의 짧은 글이라서 읽기에 한결 부담이 없다.
물론 낯선 철학단어나 의학용어들이 속독을 방해하지만,<방법서설>의 경우 1인칭의 시점에서 마치 소설처럼 쓰여졌기 때문에 읽기에 큰 부담이 없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코기토 명제(cogito ergo sum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도 방법서설 4부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이미 윤리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다시피,데카르트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이자 근대 합리론의 상징으로 손꼽히고 있다.
소위 <하느님의 시대 끝,인간의 시대 시작>의 신호를 쏘아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실제로 방법서설이나 성찰을 읽어보면,온통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있는 것을 넘어,성찰의 경우 머리글을 아예 ‘가장 현명하고 가장 고명하고 신성한 파리 신학부의 학부장 및 박사님들께’라고 적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