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생산물이 아니라 기호이다”
사람들에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던지면 사실 시큰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I shop,therefore I am)"라는 명제에는 모두들 반짝이는 눈빛으로 긍정하지 않을까?
현대는 소비의 꿈과 욕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내 차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재미있는 광고들은 소비의 주술에 걸린 물신숭배 사회를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물질과잉의 현대사회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실제로는 전혀 '물질적이지 않은 소비'라는 주장이 있다.
2007년 타계한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그의 저작,'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계급질서와 상징적 체계'라고 진단하였다.
사람들은 생산된 물건의 기능을 따지지 않고 상품이 상징하는 위세와 권위,즉 기호를 소비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사회학과 철학의 테두리를 거부하면서 현대사회의 연구에 몰두했던 보드리야르는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독자적인 행보를 하면서,'소비의 사회(1970)'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1972)' '생산의 거울(1973)'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1981)' '완전범죄(1995)''테러리즘의 정신(2002)' 등을 비롯한 수십 권의 저서를 집필하고 세계 유수의 다양한 학술지와 웹진 등에 꾸준히 기고하는 등 활발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의 다채로운 활동은 대중과 대중문화,미디어와 소비사회에 대한 이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그에게 붙은 꼬리표에서 '기호'라든가 '시뮬라시옹'이라는 말이 가장 도드라지게 쓰여있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갯속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유명한 명제는 시뮬라시옹 시대에 사물의 내재적 실체성이 증발해 버린다는 점을 꼬집은 것인데,보드리야르는 묘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Simualtion) 이론을 소비사회 진단에 활용하며,우리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생산물이 아니라 기호라고 분석하였다.
현대사회에서 발견되는 기호적 장악력과 그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물화를 예리하게 파헤친 보드리야르는 탁월한 통찰력과 날카로우면서도 신랄한 필체를 자랑하고 현대인들은 사물에 의한 구원을 찾으면서 소비의 계급적 제도에 순종한다고 비판하였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에 접어들며 그의 주요 저작인 '소비의 사회' '기호의 정치 경제학 비판' '생산의 거울' '시뮬라시옹'이 소개되며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그 결과 논술시험에서도 보드리야르의 글은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소비의 사회'는 논술에서 너무나 많이 인용되었기에 지면상 출제된 제시문을 모두 정리하기에는 곤란하니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된 제시문을 간략히 소개하기로 하겠다.
☞ 기출 제시문 1 (고려대학교 2003학년도 수시논술)
소비는 형식적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것보다는 개인 수준의 욕구와 무질서에 맡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노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