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할지라도 행동하는 인간이 역사를 이끌어간다?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햄릿 형,아니면 돈 키호테 형?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Turgenev)는 인간을 둘로 구분하여 '햄릿'과 '돈 키호테'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물론,세상에 얼마나 하고 많은 무수한 인간 유형이 있겠냐만은 이를테면 단순명쾌하게 나누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햄릿과,현실 감각은 없지만 자신의 이상을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돈 키호테는 각각 사변과 활동,양 극단의 상징이다.
시대를 공유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두 인물을 문학사의 전범(典範)으로 창조해낸 셈이다.
투르게네프의 분류를 따라 과연 본인은 햄릿과 같은 사색형 인간에 속하는지,아니면 돈 키호테와 같은 행동형 인간인지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거니와,햄릿과 돈 키호테를 각자의 소설에 주인공만 바꿔 넣고는 이야기 전개를 상상하는 일도 무척 흥미롭다.
만약 돈 키호테가 햄릿의 상황에 있었다면 아버지의 유령이 등장해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도 전에 평소 미심쩍은 숙부 클로디어스에게 설교를 하며 칼을 내질렀을 것이고,햄릿이 라 만차에서 기사소설에 탐닉하고 있었다면 '편력을 떠나느냐 마느냐,그것이 문제로다'를 고민하면서 모험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회의에 빠진 갑갑한 햄릿이든 용맹이 무모의 수준으로 치닫는 돈 키호테이든 각 유형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나,투르게네프는 "햄릿을 사랑하기는 힘들지만,돈 키호테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행동형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었다.
투르게네프가 생각하기에는 햄릿형의 인간은 뛰어난 지각력과 깊은 통찰력을 지니지만,실천력 결여로 인해 세상과 민중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반면 미쳤다고도 할 수 있는 돈 키호테 형 인간은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며,그 목표 이외의 것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실재하지 않는 경우조차 있다.
하지만 투르게네프는 이러한 유형의 인물들이야말로 역사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투르게네프처럼 돈 키호테의 발랄함과 행동력을 아낀 사람이 많았던지 돈 키호테(Don Quixote)의 이름을 딴 '키호티즘(quixotism)'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이토록 각별한 돈 키호테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등장하였는지 한번 살펴보자.
돈 키호테의 정식 제목은 중세소설의 특징인 긴 표제가 영향을 미쳐서인지 좀 길다.
1605년 발표된 돈 키호테 첫 편의 정식표제는 '재기(才氣)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이다.
돈키호테를 창조해낸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 1547~1616)는 뛰어난 독창성과 자유분방한 상상력,기발한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로 스페인의 최고 문학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그 자신 또한 돈 키호테의 편력에 비견될 만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마드리드 인근의 소도시에서 가난한 외과의사의 일곱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난 세르반테스는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각지를 전전하느라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