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하는 마음이 세상을 구한다”
세상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원리(原理)'에 대한 열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비단 통일장 이론의 정립을 꿈꾸는 물리학자들뿐만이 아니라,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따로 가릴 것 없이 어느 분야에 몸 담은 학자건 간에,혹은 학문연구를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는 세계의 원리가 간명하게 파악되기를 바란다.
서양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발견한 이 세상의 원리는 '이기심'이었다.
스미스는 자신이 파악한 세상의 원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명명하여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소개하였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개별 경제 주체들의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담 스미스도 인간이 전적으로 이기적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은 친절이나 박애심,희생정신 같은 이타적이고 고상한 것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스미스는 개인의 사익 추구가 근간이 되어야 자본주의 사회 체제가 효율적으로 작동된다고 설명한다.
인간 심성의 고귀한 측면에만 사회를 맡기거나 이타심에 기반하여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으며,인간의 본능 중 가장 강한 이기심을 활용하여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곡해의 우려도 있지만,아담 스미스의 이러한 생각을 짧게 옮기자면,'이기심 예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세상의 원리를 '이타심'에서 발견한 인물도 있다.
바로 전국시대(戰國時代) 초기의 사상가인 묵적(墨翟)이다.
묵가 학파의 창시자인 묵적은 그가 남긴 저서 「묵자」(묵적이 항상 화자로서 등장하나,묵적 혼자 「묵자」를 모두 집필한 것은 아니다. 묵적 자신이 집필한 부분도 있지만 그를 추종하는 후학들이 묵적에게 가탁하여 스승의 목소리를 빌려 묵가 사상을 펼친 부분 또한 상당하다. 덕분에 근 300년 세월에 걸쳐 정립되고 발전한 묵가 사상이 총체적으로 집대성되어 있다) 안에서 '겸상애교상리(兼相愛交相利)'를 주장하였다.
사람들이 이타적인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여야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묵자가 분석하기에 당대의 사회적 혼란은 인간들의 이기심 및 자신만 소중하다는 차별 의식에서 비롯하였다.
그래서 묵자는 이기심을 극복하고 만민이 어우러지는 연대적 사랑을 주장하였고 이를 통해서 물질적 이익의 상호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
묵가 사상의 요체는 겸상애교상리,편한 일상어로 바꾸자면 '이타심'에 기반한 사회 발전으로 정리된다.
혹자는 묵자가 사람이 순진해서 이타심에 기반한 사회 발전을 설파하였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아담 스미스는 현실적인 경제학자이고 묵자는 공상이나 즐기는 철학자였다고 비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묵자가 세상을 모르는 책상물림이거나 백일몽 안에서 헤매기를 좋아하는 비현실적인 부류라서 이타심을 주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창시자 묵적을 비롯한 묵가 사상가들은 대부분 기술자 출신으로서 춘추전국 시대를 통틀어 현실과 가장 긴밀하게 살을 맞대고 살던 사람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