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은 다양성 입학전형에 대해서는 다른 주제와 달리 강한 어조로 직접 이를 옹호하고 있다.
다양성은 좋은 가치이고 대학은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 전형도 좋다는 것이다.
다양성 전형은 시험 성적 외에 다양한 인종을 입학시키거나 빈부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적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입학생을 뽑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균형 선발이라는 다양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자, 학생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생각
미국에서 다양성 전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이다.
주로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 가산점을 주어 대학에 입학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작용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어떤 흑인 학생이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입학하였는데 다른 친구들이 “아, 이 친구는 특례로 입학하였구나” 라고 낙인을 찍으면 이 학생의 반응은 어떨까.
문제는 대학은 고등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실력 아닌 다른 기준으로 뽑는다면 이는 학문의 전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학업에 의한 사회적 차별이나 학력에 의한 차별대우,혹은 흑인 차별 등은 대학이 아닌 사회에서 풀어야하는 문제가 아닐까.
만일 특례 입학을 허용한다면 과연 몇명이나 뽑아야 할까.
실제로 흑인 사회도 이미 충분히 발달하여 엄청난 부자도 많은데 이런 가정의 학생들조차 과거 한때 조상들이 차별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지금 특혜를 주어야 할까.
지역의 교육기회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특례를 주면 서울의 가난한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
샌델은 이 문제에 대해 그것은 대학이 결정할 문제이고 대학들이 다양성 제도를 두고있으므로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형적인 동어반복에 해당한다.
또 지금 존재하는 것은 옳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게 된다.
당위의 문제를 논의하는 센델로서는 궁색한 논변이다.
<롤스 정의론의 문제>
샌델에 앞서 정의론을 설파한 사람은 샌델의 스승이기도 한 ‘존 롤스’라는 하버드대 철학 교수이다.
그의 책이 바로 유명한 ‘정의론’이다.
이 책에서 롤스는 정의를 ‘공정한 어떤 것’(justice as fairness)로 정의하고 정의의 원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의의 원칙은 2단계로 구성되는데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제1의 원칙이라고 한다면 최소 수혜자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제2의 원칙이다.
또 이런 기본 원칙이 적용된 결과 ‘우연적 여건에 의한 부당한 불평등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행동 원칙이 도출된다.
부모가 부자이기 때문에 자식도 잘 살게되는 것 등이 우연적 여건에 의한 불평등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높은 상속세를 매겨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역균형 선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 결과다.
교육혜택이 많은 서울 아닌 지방에서 공부한 것도 우연적 여건에 의한 부당한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만일 우연적 여건이 두뇌라면 어떨까. 두뇌야말로 우연적 여건에 의한 부당한 불평등을 구성한다.
A학생은 10시간을 공부하고 60점을 받는데 B는 두시간만 공부하고도 100점을 받는다면 B의 점수에서 20점을 떼내 A에게 주어야(시정해야) 할까.
만일 신체나 미모라면 어떨까. 당연히 이 것이야말로 우연적 여건에 의한 부당한 불평등이다.
그런데 어떻게 시정하나?
이런 논리대로라면 인간의 모든 노력이나 성실성 같은 덕목들의 가치도 모두 부인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격도 온화한 인품도 대부분은 타고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 역시 시정되어야 할까. 게으른 것도 타고난 것(우연적 여건)이다.
이때 부지런한 사람과 도일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무언가를 시정해야 할까.
우리는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롤스는 정의론 17절에서 두뇌와 성품도 타고난 것, 다시 말해 우연적 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 정의란 과연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생글 독자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연구해보시기 바란다.
정규재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
Book & Movie
"철길을 놓고 그 위에 달릴 기차를 만든 지도자였다"
김일영의 저서 '건국과 부국'은 1948년 건국부터 박정희 시대까지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책으로, 이승만이 무경험의 혼돈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한 '철길 닦기'를 이루었다면 박정희는 그 위에서 산업화를 통해 실제 번영을 이룬 '기차 운행'을 했다고 본다. 저자는 광복 이후 공산주의와 봉건체제를 모두 거부하고 근대 민주국가를 건설한 대한민국의 성취가 같은 시기 다른 신생독립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