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 앵커로 불렸던 윤영화(하정우 분)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청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이 청취자는 “내가 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말한다. 그저 장난전화라 생각한 윤영화는 청취자에게 욕설을 내뱉은 뒤 전화를 끊어버린다. 잠시 후 서울 마포대교에선 폭탄이 터지고 다리가 붕괴된다.
이 순간 윤영화의 머리 속에는 ‘특종’이라는 두 글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윤영화는 방송국 보도국장인 차대은(이경영 분)에게 “테러범과 생방송을 진행할 테니 프라임 시간대 뉴스로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윤영화는 테러범과의 통화를 독점으로 생중계하게 된다.
테러의 기대이익 vs 기대비용
테러와 같은 범죄는 경제학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미국의 게리 베커 박사는 ‘범죄경제학’으로 각종 범죄가 일어나는 요인을 정리했다. 베커 박사는 범죄 역시 이 같은 경제학적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날 그는 강의를 위해 급하게 주차할 곳을 찾다 불법주차를 결심하게 된다.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베커 박사는 강의시간 준수, 불법주차 단속에 걸릴 가능성, 벌금의 크기 등을 따졌고 그는 자신의 불법 행위에서 경제학적인 원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림>은 베커 박사가 말한 범죄 발생의 조건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범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금전적 이익+심리적 보상)을 계산한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데 들어가는 기대비용(체포 가능성, 형벌의 크기 등)을 따져본다. 기대이익이 기대비용보다 크면 범죄자는 범죄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영화 속 테러는 이 같은 ‘범죄경제학’과는 거리가 멀다. 테러범이 요구한 것은 경제적 이득이 아닌 ‘대통령의 사과’다. 마포대교, 방송국 등에 설치한 폭탄 값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그는 ‘대통령의 사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수하겠다고 밝힌다. 테러범의 기대이익은 심리적 보상이 전부다.
기대비용이 훨씬 높지만 테러가 실행에 옮겨진 셈이다. 종교적 갈등 등의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살테러들도 영화 속 테러처럼 ‘범죄경제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테러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집단이나 국가가 자신들의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적 효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극단적 사고의 지배를 받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오의 공급과 수요
영화 속에서 테러범이 경제적 이득이 없음에도 테러를 자행하는 이유는 ‘증오’다. 테러범은 국가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마포대교 보수공사 기간에 일당 2만5000원을 더 벌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구조 요청을 했지만 국가 행사로 인해 구조 작업이 늦어졌고, 이에 따른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테러범은 이 사건으로 테러를 계획하게 된 것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테러’를 베커 박사와는 다른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테러의 원인을 경제학적 틀로 분석하는 데 열중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테러의 근원을 ‘증오’로 꼽고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증오의 수요와 공급으로 해석한다. 증오의 공급이 증오의 수요를 낳고 증오가 깊어진 집단이 테러를 자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증오의 공급자는 주로 국가 권력 및 정치집단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이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정치집단은 경쟁집단에 불리한 정보를 흘린다.
때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있지만 일반 국민은 이를 검증없이 받아들인다. 일반 국민은 ‘증오의 수요자’다. 수요자들은 각종 소문을 굳이 검증해야 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다. 그렇게 증오는 쌓이고 극도로 쌓인 증오가 테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