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한국경제신문 4월28일자 A39면 정부는 돈을 걷어서 쓰는 조직이다.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걷고 가계로부터 소득세를 걷는다.
그리고 이렇게 걷은 돈을 가지고 공무원의 급여도 지급하고 소득 재분배를 하기도 한다.
정부가 안 걷었더라면 민간의 소비나 투자에 쓰였을 돈을 걷어서 대신 쓰는 것이다.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는 바로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자금을 조달해 사용할수록 민간 투자가 위축된다는 지적은 여러 면에서 교훈적이다.
정부 지출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안해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우리 정부는 경제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도 세금을 더 걷었다.
우선적으로 지정된 용처에 돈을 배분하고서도 4조8000억원가량 돈이 남았다.
그동안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27일 정부는 추경 편성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애초 생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경기 상황은 매우 부정적이다.
유가는 100달러를 넘은 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110달러대를 돌파해 하늘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는 아직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경색을 야기하고 있고 중국발(發) 스태그플레이션은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다.
이를 반영하듯 일자리 창출이 매우 부진해 지난 3월의 전년 동기 대비 일자리 증가폭은 3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니 정부가 속이 탈 만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잉여금을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지출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국가 빚을 갚는 것도 가능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제가 어렵고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법이 정한 수준까지만 국가 빚을 갚고 나머지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
특히 예산의 일부를 실업급여와 비슷한 형태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하면 경기 부양 효과와 소득 재분배 효과를 동시에 거둔다는 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단기와 중·장기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금융정책,재정의 조기 집행이나 추경 편성 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시행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규제 완화와 정부 주도의 투자,그리고 투자 및 근로 유인을 촉진하기 위한 감세 정책 등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