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언론사가 노벨 경제학상(1981년)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을 인터뷰하면서,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주문했다.
토빈의 답은 '인센티브'(동기 부여, 유인)였다.
인센티브가 사람을 움직이고,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란 것이다.
인센티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즉 유인책, 조성책이다.
주위에서 얼마든지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성적이 오르면 용돈을 더 받기로 한 부모님과의 약속, 기업 실적이 좋을 때 받는 특별상여금이나 스톡옵션, 백화점·할인점의 에누리와 덤, 극장의 중고생·조조 할인 등…. 특히 민간기업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치열한 가격경쟁 하에 생산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못 내면 도태된다.
그래서 경영자와 근로자들에겐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하려는 인센티브가 있다.
이런 인센티브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공기업과 같은 공공부문이다.
안재욱 교수가 이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공기업은 소비자의 압력이 크지 않다.
대부분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이익을 내기도 쉽고, 설령 적자가 나더라도 대주주인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준다.
파산이나 적대적 M&A 위협도 없다.
민간기업이라면 영업실적이 극도로 나쁠 때 직원 월급을 못주거나 상여금을 깎을 수도 있지만 공기업에선 그럴 염려가 없다.
공기업 경영자는 오너가 아니므로 정부가 정해준 한도 내에선 복지 확대나 임금 인상에도 너그러운 편이다.
월급 수준도 상당히 높고 고용·정년도 훨씬 안정적이다.
칼럼에 예시된대로 최하위 평가등급을 받은 공기업 직원이 월급의 33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아갔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장 짐싸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린다.
공기업의 실제 주인은 국민이지만 국민 개개인이 공기업의 경영상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도 없다.
그래서 공기업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정부에 위임했지만 관료들이 주인일 수는 없다.
주인이 없는 곳에선 대리인들이 주인행세를 한다.
적절한 견제·감시장치가 부족한 공기업에선 경영자는 물론 노조, 정치인, 관료까지 경영효율과 대국민 서비스 개선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국내 공기업 뿐아니라 많은 나라의 공기업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엇비슷한 구조다.
이를 경제용어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 부른다.
본래 보험용어인 모럴 해저드란 보험계약자의 보험 가입 이후 부주의, 고의 등으로 보험 사고가 늘어날 위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의사가 보험금을 많이 타려고 과잉진료를 하는 것 등이 그 사례다.
공기업의 구조적인 모럴 해저드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안재욱 교수는 한마디로 민영화라고 단언한다.
주인 없는 공기업에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김매는 주인이 노비 아흔아홉 몫 한다고 했다.
최악의 사기업이라고 효율면에선 최선의 공기업보다 낫다.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스스로 혁신하고 경쟁력을 갖게 하는데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 공기업이던 포스코는 민영화를 발판으로 오늘날 세계적인 철강회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