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 한국경제신문 6월29일자 A38면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면 100% 암시장이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옛 소련 공산주의 계획경제에도 거대한 암시장이 존재해 부족한 소비재와 사치품이 거래됐다.
그러나 암시장의 가장 큰 고객은 놀랍게도 중앙계획의 지령(指令)을 받는 국영 생산기업들이었다고 한다.
예컨대 국영기업 A가 기업 B로부터 공급받기로 지령된 부품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한다.
이때 유능한 A기업 책임자는 암시장에라도 가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해 생산 목표부터 달성할 것이다.
이런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A기업은 자사의 가장 좋은 제품을 암시장에 내다팔고 나머지로 생산 목표를 채울 것이다.
결국 암시장에는 양질 제품이 넘치고 국가계획 부문에는 조악품만 남게 된다.
또한 암시장이 없다면 계획생산체제 가동도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교육시장이 바로 이 사회주의 골동품과 같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고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하지만 공교육은 갖은 규제를 동원해 학교와 학생의 차별화를 금한다.
수요자는 '내 기회를 증가시킬 교육'을 원하는데 공교육은 '평준화 교육'만 공급하므로 국민은 이를 다른 시장에서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작년 초 · 중 · 고교생 학부모가 20조9000억원을 지출한 사교육 시장이 생겨났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사교육 시장에서 받는 교육이 '양질의 교육'이 되는 셈이다.
이 사교육 시장이 평준화 일변도의 우리 교육에 그나마 경쟁과 수월성을 수혈하는 것이다.
집권 2기를 맞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가 '사교육 소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자율과 경쟁을 확대해 인재(人材) 대국을 만들겠다"던 정권의 원대했던 구상이 '사교육을 잡는 서민대책'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사교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외고 입학 규제,대학 입학 규제,학원 단속 같은 공무원 동원과 규제 강화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공교육이 국민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과거의 평준화 공교육이 초래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처럼 폭발적인 교육 수요를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매년 정부 교육 예산에 맞먹는 사교육비가 지출되며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