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차 거리낌 없이 타는건 '넛지의 힘' 덕분
디지털 이코노미

우버 차 거리낌 없이 타는건 '넛지의 힘' 덕분

생글생글2023.06.01읽기 5원문 보기
#넛지(nudge)#행동경제학#리처드 세일러#캐스 선스타인#디지털 경제#우버#운전자 평가#자율규제

(103) 디지털 경제와 넛지

기업과 정부의 넛지 전략은 보다 나은 디지털 세상을 구현할 수 있어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의 동사다. 넛지가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의 2008년 저서 <넛지>가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행동과학은 실험실이 아니라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남자 화장실에서 시작된 ‘파리 소변기’. 출처:네이버 이미지 우리 주변의 넛지는 많지만 정교하게 가려져 있는 탓에 알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넛지는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이다. 시작은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이었다. 이 공항 청소 관리자였던 요스 반 베다프에게 남자 화장실에 소변이 튀는 건 익숙하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교육도, 잦은 청소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가장 적게 튀는 위치에 파리를 그려주자 사람들은 표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다. 영국에서는 폭동을 잠재우는 데 넛지를 활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여름만 되면 폭동이 늘어났다.

공공 기물이 파손되고, 상점들은 약탈당했다. 게다가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사회 폭동으로 이어졌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한 아이들 사진을 보면 보호 본능이 작동해 반사회적 행동이 감소한다는 가설을 수립했다. ‘도시의 아기들’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유독 폭동 피해가 심각했던 런던 그리니치 지역 상점의 셔터에 아기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주인공은 동네 아이들이었다. 사람들은 모호하거나 일반적인 것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회 규범에 더 강하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캠페인이 시작되고 이듬해 반사회적 행동이 24% 감소했고, 4년 뒤에는 캠페인 시작 전보다 47.4%나 감소했다. 탁월성과 간단함탁월한 아이디어는 결코 복잡하지 않다. 넛지가 알려주는 시사점이다. 소변기의 파리 그림도, 런던 상점 셔터의 아기 그림도 모두 간단한 아이디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휴대폰 심카드 판매 아이디어도 그중 하나다.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지만 남아공에는 PEP마트가 유명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대형매장으로, 휴대폰 심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심카드는 한번 구입하면 몇 년씩 계속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남아공에서는 여러 네트워크의 심카드를 같이 사용한다. 심카드마다 혜택이 달라서다.

어떤 심카드를 사용하면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시내 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심카드는 오후 8시 이후 국제 전화가 더 저렴하다. 마트는 판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많이 팔수록 이익이다. PEP는 넛지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품절 임박’이란 문구로 희소성을 강조하자는 의견부터 ‘심카드 구매 천만 돌파!’와 같은 수요 자극까지 등장했다. 단연 눈에 띄는 넛지는 각기 다른 통신사의 심카드 세 개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는 방안이었다. 기본 선택지 자체를 한 번에 세 개 구매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였다.

심 카드 묶음 팩은 한 달 동안 34개 매장에서 시범 판매됐고, 같은 기간 묶음 판매하지 않은 매장과 비교할 때 16%나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디지털 경제와 자율규제디지털 경제도 넛지 덕분에 일상 곳곳에서 구현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우버 앱으로 호출한 차량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올라탄다.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이 운행하는 차량에 말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운전자 평가라는 넛지 덕분이다. 아마존도, 이베이도, 에어비앤비도 판매자 평가를 활용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넛지는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책 분야에서도 넛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에 부과되는 자율규제가 아무런 규칙이나 원칙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자율규제의 핵심이라면, 제도도 넛지를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로 바뀐 세상에는 기존의 이론 체계나 제도가 담아내지 못하는 현상이 많다. 이때 넛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제학이든 경영학이든 사회학이든 아무리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한들 현실세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넛지는 과학이 과학으로 끝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과 정부 모두에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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