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서비스업은 왜 혁신을 받아들여야 할까
디지털 이코노미

전문서비스업은 왜 혁신을 받아들여야 할까

생글생글2023.03.23읽기 5원문 보기
#전문서비스업#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플랫폼 경제#전문가 우회 현상#수요자 중심 시장경쟁#비즈니스 혁신#자동화

(93) 디지털 경제와 전문서비스업

전문서비스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경쟁 수용 필요.

Getty Images Bank 지난 수세기 동안 전문가의 업무는 대부분 수작업이었다. 이들의 서비스는 기성복이 아니라 반맞춤형이었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때마다 빈 캔버스에서 시작하듯, 수요자 입장에서 전문가 서비스는 위임받은 신뢰할 만한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전문 서비스도 점차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양복 재단이나 양초 제작 등의 수공업이 그랬듯이 말이다.전문가 우회 현상과거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의지했다. 전문가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지식이 있었고, 사람들은 전문가로부터 얻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문가 외에는 어떤 지식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지 몰랐기에, 전문가들은 해당 영역에서 문지기 역할을 했다. 의사 혹은 변호사가 아니면 병원이나 법률 사무실을 개업하지 못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성을 얻는 다양한 방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과거 판례 검색은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 중 하나였지만, 오늘날 수백만 건의 판례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몇 초면 충분하다. 최근 등장한 챗GPT 기술이 도입되면 보다 입체적인 서비스도 가능하다. 경험 공동체도 대안적 형태다.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와 같은 사이트에는 자신이 겪는 질병과 처방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수기가 가득하다. 이런 경험의 공유를 통해 꼭 전문가에게서만이 아니어도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AI 플랫폼이든, 경험을 나누는 사이트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스템 공학자들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기술이나 플랫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지기가 될지도 모른다.수동에서 선제 서비스로전문 서비스는 업무 특성상 수동적이다. 서비스 수요자가 업무를 시작하면 전문가가 반응한다. 문제는 수요자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몸에 통증이 생길 때, 소송을 당했을 때, 세무당국에서 서면 경고를 받았을 때 비로소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낀다. 이런 계기가 없을 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전문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수동적인 전문 서비스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원격 관찰 서비스로 환자의 활력상태를 추적하다가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는 순간 개입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개인 학습 시스템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추적하다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순간 주의를 준다. 절벽 아래에서 구급차가 기다리기보다 절벽 위에 울타리를 치는 셈이다. 하지만 수동적인 전통적 공급자들은 여전히 경쟁자보다 좋은 구급차를 절벽 아래 대기시키거나 그 누구보다 먼저 절벽 아래 현장에 도착하는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사고에 빠져 있다.기대 수준의 변화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수요자의 기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전문 서비스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 서비스 수요자는 대기업이든 일반 개인이든 모두 비싸게 느낀다. 산업 생태계는 갈수록 복잡해져 더 많은 세무, 법률, 컨설턴트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그 비용은 갈수록 높아진다. 치열한 경쟁 탓에 수익은 감소하지만 전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전문 서비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이전보다 비용은 낮추면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비용은 적게, 서비스는 많이’ 제공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혁신은 자동화가 아니다. 자동화는 전통적 모형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할 뿐이다. 자동화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50여 년 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등장을 혁신이라고 한 이유는 창구 기능이 기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낮 시간 외에도, 지점이 없는 곳에서도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은행과의 소통 방식이 바뀐 것이다. 전문 서비스업도 변화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소통방식을 고수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발전했다.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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