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언어에 낀 거품 하나 '특·초'
돋보기 졸보기

37. 언어에 낀 거품 하나 '특·초'

홍성호 기자2008.03.19읽기 3원문 보기
#과장 표현#언어 사용#소비자 심리#마케팅#광고 표현#접두사 남용#객관성 부족

초대박 세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경찰관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한다. 붙잡힌 여자들은 여지없이 30㎝ 자를 든 경찰관에게 무릎을 내보여야 하고, 경찰관은 무릎 위 치마 길이를 신중히 잰다. 1970년대 유신시대에는 이런 '해괴한' 일이 백주대로에서 종종 벌어졌다. 당시 있었던 경범죄 처벌법에 따른 미니스커트 단속 때문이었는데, 기준은 무릎 위 20㎝였다고 한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미니스커트는 흔한 것이고 종종 그 이상으로 아슬아슬하게 짧은 치마도 등장해 언론에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런 것은 대개 무릎 위 25㎝를 넘어서는 것이라는데,이를 미니와 구별해 초미니라고 부른다.

'초(超)'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어떤 범위를 넘어선' 또는 '정도가 심한'이란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초강대국,초음속,초만원 같은 단어를 만든다. 풀이에서도 드러나듯이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고 경험적으로 공유하는,다소 막연한 개념이다. 남발할 경우 과장된 표현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유달리 이 '초'나 '특'이 들어가는 말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 등 웬만한 것에는 습관적으로 '초'나 '특'을 사용한다. 이런 말의 사용은 과장·과시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긴 하지만,한편으로는 말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쓰는 훈련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A급도 모자라 '특A'라고 하고 특급도 성에 안 차 '초특급'이라 해야 한다. 매력도 그냥 매력은 눈에 띄지 않고 '초특급 매력' 정도는 돼야 비로소 눈길이 간다. '초특급 애교,초특급 골뱅이무침,초특급 대박작전' 이런 식으로 '초특급'이 남발된다. '초·특'의 남용은 무언가 부족해 일반화하지 못한 것이 특수·특별한 것인데 사람들이 이를 '특별한 것은 좋은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특수(特殊)'는 '평균적인 것을 넘음(뛰어남으로 순화)'이란 의미와 함께 '보편보다는 좁은 영역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뒤의 의미보다는 앞의 의미로 많이 알고 쓰기 때문에 특수·특별은 '더 좋은 것'이란 그릇된 개념이 자리잡게 된 것 같다. 이런 표현은 별 근거도 없이 쓰는 사람에 따라 대상을 주관적,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심해서 써야 할 말들이다. 막연하게 '최대,최고,최초' 같은 최상급 표현도 이런 오류에 해당한다. 이런 말을 남용하면 모두 과장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최대 규모의 사은품을 준비' '초대형 행사를 열다' '초특급 서비스를 제공' '세계 최고의 품질' 같은 표현이 그런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2) 평판을 경영하라
CEO를 위한 경영학

(2) 평판을 경영하라

기업의 부정적 평판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실제적인 재무손실로 이어지는 시대가 되었으며, N사의 갑질 논란과 D항공사 사건 등이 이를 증명한다. 경영자들은 소비자 니즈뿐 아니라 임직원, 공급업체, NGO, 언론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경영 의사결정을 통해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직원을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며, 사후 뒷수습보다 사전에 이해관계자 분석과 개선 노력에 투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다.

2016.08.11

당연한 것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당연한 것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박용후 저자는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고정관념을 버리고 당연함을 부정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업 실패 후 관점을 바꿔 '관점 디자이너'로 자신을 재정의하여 월급을 여러 곳에서 받는 성공을 이뤘으며, 이 책은 현장 사례를 통해 마케팅과 홍보에서 관점의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도 결국 지나가므로 절망에 빠져도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북돋우며 새로운 질문을 던져 열린 생각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023.06.08

'디워' 무엇이 논란인가
커버스토리

'디워' 무엇이 논란인가

심형래 감독의 SF영화 '디워'의 흥행을 둘러싸고 충무로 영화인과 평론가들이 국수적 애국주의의 결과라며 비판하자, 네티즌들이 이를 기득권의 질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업영화에 대한 과도한 혹평과 비평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논란이 한국영화계의 발전적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7.08.15

'140자의 마법'… 닫힌 사회가 열린 사회로
커버스토리

'140자의 마법'… 닫힌 사회가 열린 사회로

SNS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과 높은 파급효과로 정치, 마케팅,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2010년 재보선에서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 결과를 바꾸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링크드인의 상장을 시작으로 SNS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싸이월드와 미투데이 같은 토종 SNS가 가입자 수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11.06.01

축구를 산업으로 키운 영국 프리미어 리그
커버스토리

축구를 산업으로 키운 영국 프리미어 리그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는 1992년 시장 개방, 치열한 경쟁 원리 도입,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성장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은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중시하고 팀의 가치를 개인 선수보다 우선시하는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기업의 경영 전략과 인재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0.06.0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