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택선 교수의 역사 경제학

구축효과(2)…진정한산업혁명 1820년이후

2006.03.13

구축효과(2)…진정한산업혁명 1820년이후

현승윤 기자2006.03.13읽기 4원문 보기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재정지출#금리인상#민간투자#산업혁명#국채발행#반대가설(counterfactual hypothesis)#경제성장률

지난 호에서 설명했듯이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금리인상을 초래하고,이로 인해 민간투자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윌리엄슨은 이 같은 논리를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상황에 적용했다. 그는 당시 영국 정부가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영국의 국내 자금시장에서 금리를 상승시켰고,이것이 민간투자를 감소시킴으로써 영국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영국 정부가 나폴레옹과의 값비싼 전쟁을 치르느라 민간의 자금을 싹 거둬갔기 때문에 민간에서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으며,따라서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이 나폴레옹과 싸웠던 시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기간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산업혁명은 1760년에서 1830년 사이에 있었다고 이야기되고,전쟁은 1793년부터 1815년까지였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영국은 전쟁을 하느라 성장에 신경 쓰지 못했으니,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은 1820년 이후에나 붙여야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윌리엄슨은 반대가설(counterfactual hypothesis)이라는 영리한 방법을 동원해 이를 증명하고자 했다.

흔히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들 말하지만,최근 경제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에 반대되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가상적 상황과 실제상황을 비교함으로써 새로운 역사적 해석을 하려는 방법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반사실적 가설(반대가설)이다. 그는 '만일 영국이 프랑스와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설을 세우고,영국 정부가 대외군사지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했던 국채가 전쟁이 없었다면 민간투자로 쓰였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경우 민간투자 증가는 자본규모 확대,경제성장 향상으로 이어졌을 것이고,경제성장에 관한 이론에 근거해 대략적으로 그 규모를 추정해 보았던 것이다.

윌리엄슨은 1791년부터 1820년 사이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0.85% 정도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영국경제의 성장 추정치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통계를 보면 1780년에서 1801년 사이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연 1.32%,1801년에서 1831년 사이에는 1.97%였으니,성장률이 연 0.85% 더 높았을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대단히 큰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같은 추정치를 인정한다면 전쟁이 끝나고 난 후 1820년 이후를 산업혁명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윌리엄슨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많다.

먼저 앞서 설명한 구축효과라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이론적 근거가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의 자본시장은 효율적이지 못해서,정부가 돈을 끌어다 쓴다고 하더라도 금리를 통해 민간투자에 주는 영향이 오늘날처럼 그렇게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과연 영국의 금리가 올랐는지,금리가 설령 올랐다 하더라도 국채에 투자되던 자금과 민간투자에 쓰이던 자금이 분리돼 있었다면 국채발행이 민간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이는 실질금리와 자본시장의 통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구축효과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전쟁이 진행되던 시기의 영국 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는데,따라서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물론 경제이론에서 실질금리는 물가상승이 아닌 기대물가상승을 반영해야 하는 것인데,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자).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과연 당시 영국 경제를 폐쇄경제로 보고,영국 정부와 민간이 국내 자금시장에서 서로 돈을 쓰려고 줄다리기를 했는가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건 외국자본이 영국으로 흘러들어올 상황 혹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고,구축효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휘청대는 브라질 경제…"월드컵보다 물가 먼저 잡아라"
Global Issue

휘청대는 브라질 경제…"월드컵보다 물가 먼저 잡아라"

브라질에서 버스 요금 인상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월드컵 준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3000억헤알을 풀었지만 경제 성장률은 급락하고 물가만 상승했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추가 재정 지출이 예상되면서 재정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정치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인플레이션 통제와 대중교통 개선 등을 우선 정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2013.06.27

재정지출 늘리니 성장률  되레 뒷걸음…'빛 바랜' 케인스
커버스토리

재정지출 늘리니 성장률 되레 뒷걸음…'빛 바랜' 케인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경제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케인스 경제학이 다시 비판받고 있다. 미국의 2007~2009년 사례에서 재정지출이 7.3% 증가했음에도 경제성장률은 8.4% 감소했으며, 정부 개입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비효율적 산업에 자금을 흘려보내는 '구축효과'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세 정책이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사례를 근거로,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 민간의 자발성과 시장 기구의 자동 조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2.08.16

경기부양은 어떻게 하나.."해야한다" "안된다" 전문가들도 논쟁
커버스토리

경기부양은 어떻게 하나.."해야한다" "안된다" 전문가들도 논쟁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4%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재정확대와 금리인상 자제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경기를 낙관하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심 회복을 위해, 정부는 일관된 정책 기조 유지를 위해 각각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2006.07.11

China 폭풍이 몰려온다

중국은 달리는 자전거?

중국 경제는 연 8~9%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멈추는 순간 경제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잉 중복투자와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이 주요 위험 요인이며, 중국 정부는 신규대출 중단, 신규투자 금지, 금리 인상 등의 경기진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불확실한 상태다.

2005.09.27

자본주의는 투기와 함께 성장했다
커버스토리

자본주의는 투기와 함께 성장했다

자본주의 역사는 투기와 함께 성장해왔으며, 튤립·철도·주식 등 다양한 대상에서 투기 거품이 반복되어 왔다. 투기는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훼산업 발전, 산업혁명 촉진, 벤처기업 탄생 등 긍정적인 경제동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8.09.2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