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1년 스페인의 피사로는 잉카의 황제를 만난다.
스페인 왕의 사절이라고 속이고 황제를 만난 정복자 피사로는 황제를 사로잡아 처형함으로써 찬란했던 잉카문명에 종말을 고했던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피사로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잉카제국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황금이었다.
인류문명사에 있어서 아즈텍과 잉카 등 남미의 찬란했던 문명이 사라지고 오늘날 몇몇의 관광유적지로 남아 있게 된 데는 황금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탐욕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16세기 유럽은 금과 은을 화폐로 사용하는 복본위제(bimetallism)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들은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금과 은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부(富)를 증대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금·은을 찾아 정복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지리상의 발견과 함께 진행된 유럽으로의 금·은의 대량 유입은 그 후 유럽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가격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인 해밀턴은 1934년 펴낸 '미주대륙의 귀금속과 스페인에서의 가격혁명,1501~1650'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가격혁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책에서 해밀턴은 1세기 반 동안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귀금속의 규모는 1000배 이상 증가했고,이에 따라 물가는 3.5배가량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화폐의 공급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화폐수량설의 원초를 제공한 것이다.
화폐수량설은 통화량과 물가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경제학 이론 가운데 하나다.
화폐수량설을 나타내는 공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MV=PQ.여기서 M은 통화량이고 V는 화폐의 유통속도,P는 물가,Q는 경제 내의 총생산량을 의미한다.
이 식은 얼핏 보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듯하지만,그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한 경제 내에서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1000원짜리 물건을 10개 만들어서 이들이 다 거래되기 위해서는 1만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시중에 돈이 5000원밖에 없다면 돈이 두 번 왔다갔다 해야,즉 통화의 유통속도가 2가 되어야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은 이 식이 항상 성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고,따라서 이 공식은 일종의 항등식이 되는 것이다.
이 식으로부터 중요한 거시경제적 명제를 도출할 수 있다.
즉 생산량과 통화의 유통속도가 단기적으로 고정돼 있다고 하자.그런데 통화량이 증가해 항등식의 왼쪽이 커지게 되면(이 식은 항등식이라고 했으므로) 식의 오른쪽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Q가 일정할 때 식의 오른쪽이 커질 수 있는 방법은 P가 커지는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