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직업윤리, 자본주의 부상에 결정적 역할
남정욱의 종횡무진 경제사

개신교 직업윤리, 자본주의 부상에 결정적 역할

생글생글2025.01.02읽기 6원문 보기
#프로테스탄티즘#막스 베버#마르크스주의#자본주의#종교개혁#직업윤리#시장경제#생산력과 생산관계

종교개혁과 프로테스탄티즘

16세기 가톨릭의 봉건적·농업적 세계관에

신흥 부르주아의 상업적 세계관 침투

봉건제 몰락…서양이 동양 역전한 분기점 마련

계급투쟁 집착한 마르크스 '시장 무시' 한계

베버는 물질 토대보다 인간 정신 더 중시

교육분야서 '새로운 상업적 심성' 생겨나게 해

바다 포기한 명나라, 내부 교역마저 실패

'자급자족 농촌사회' 지향…상공업 발달 더뎌

막스 베버와 그의 대표작. 고전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선입견에 100% 맞아떨어지는 책이지만 한 번 읽어두면 노동의 지겨움과 권태를 견딜 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실용서’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의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세상이 너무나 명료하게 보인다는 거다. 누구는 머릿속 전구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 것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아마 입교자 대부분의 체험 역시 비슷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토대와 상부구조로 나누어 설명한다. 토대는 하부구조라고도 하는데, 핵심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다. 생산관계는 생산에 투입된 인간들이 맺는 관계다. 어떤 사람은 고용하고 어떤 사람은 고용된다. 생산력은 증가하는데 생산관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이 생산관계는 붕괴한다. 이 과정이 계급투쟁이고 성공하면 혁명이라고 말한다.상부구조는 정치적·도덕적·철학적 견해와 그에 상응하는 기관과 조직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의식 체계인 상부구조를 토대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농업사회에 사는 사람과 산업사회에 사는 사람의 삶이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전통 한옥과 현대식 아파트 거주자의 삶의 방식과 생각도 다르다. 가령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지식인 집단의 시선은 관대하다. 자신과 경쟁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 지역 거주자에게 이들은 경쟁 상대다. 눈길이 곱지 않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단점은 인간의 실종이다. 모든 것은 생산관계를 반영할 뿐이며 인간 정신의 중요성은 제한되거나 희박해진다.시장을 경시한 마르크스개인적으로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치명적 약점은 시장(市場)의 무시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표작을 보면 상품, 화폐, 잉여가치, 임금, 자본 이야기만 끝없이 이어지고 시장이라는 놀랍고 위대한 인간 정신의 활동 과정은 생략된다. 놀라울 뿐 아니라 시장은 합리적으로 아름답다. 시장에서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만들었든 어린이가 만들었든 여성이 만들었든, 상품은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구매자 역시 마찬가지다. 신분 차이로 구매 혜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시장은 민주주의와 함께 간다. 민주주의에서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는다. 여성이든 학생이든 노인이든 모두 한 표를 행사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정치 버전이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의 경제 버전이다.자본주의라는 말은 사회주의자들이 쓰기 시작했는데 그 뒤 널리 보급되어 일반적인 명칭이 되었다. 지배·피지배 관계가 연상되고 차가운 뉘앙스가 있다며 시장경제 자본주의로 바꿔 부르는 사람이 있다. 동어반복이다. 마르크스는 그의 생애에 사회주의 소련을 보지 못했고 생전에 자본주의에서의 지배·피지배만을 목격했다. 살아서 어이없고 망상적인 그 실험을 구경했더라면 이런 말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 사회주의에서는 그 반대다.”상인 정신과 결합한 루터의 종교개혁마르크스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막스 베버다. 그는 토대보다 인간의 정신을 더 중시했다. 베버는 서구의 가치와 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개신교의 직업윤리가 자본주의 부상(浮上)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 서구 중심적 사고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 덕분에 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상업적 심성’이 생겨난 것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다. 베버는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 부모와 가톨릭을 믿는 부모 사이에는 자녀 교육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실업고같이 영리활동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중 가톨릭을 믿는 학생의 비율이 개신교도 학생의 비율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자본주의는 16세기 무렵 봉건제도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가톨릭의 봉건적이고 농업적인 세계관에 개신교 신흥 엘리트 상인들의 상업적 세계관이라는 이물질이 침투한 것이다. 봉건제는 쇠퇴기를 겪으며 고통스럽게 몰락했고 마침내 자본주의의 논리가 봉건제를 대체했다. 그리고 서양은 서서히 동양을 따라잡는다. 이 시기는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내 건 때와 맞아떨어진다. 마르틴 루터에 의해 본격적으로 촉발한 종교개혁이 세를 키워가던 상인 정신과 결합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서양이 동양을 역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정신이 토대를 허물고 새로 지은 사건에 대해 마르크스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유교 이상주의 추구했던 명나라의 쇠락

남정욱 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한편 1517년은 명나라가 본격적으로 쇠락하기 시작한 시기다. 일단 영락제 이후 명은 바다를 포기했다. 이때부터 중국에 바다는 그저 거대한 물이 고인 웅덩이일 뿐이었으며, 왜구가 창궐하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해금령을 내린다. 이로 인해 바다에 면해 있고 지역 특성상 질 좋은 목재를 많이 생산하던 푸젠성은 어업, 해운업에서 치명타를 맞았다. 해외무역이 실종된 것이다. 게다가 명나라는 유교 이상주의에 기초해 폐쇄적이고 자급자족적인 농촌사회를 추구했다. 그럼에도 국토가 워낙 큰 나라이기에 성(省) 간 교역만으로도 시장경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만성적인 귀금속 부족으로 시장에는 화폐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는 상공업 발달을 막는 족쇄가 되었다. 물론 중국에도 이윤 추구에 진심인 상인은 있었겠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상인 정신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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