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이타적 행동에 보상하는 역사적 발명품
한경 전경련 교사 논술 연수(8~10일·경기도 화성 청호인재개발원)에는 대학교수, 논술학원 원장, 고교 교사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이기심과 시장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유재산권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라퐁텐의 우화 '이리와 개'를 인용하며 자유와 복지 등에 대한 개념을 자세히 설명했고 정규재 소장은 자본주의의 역사와 반기업문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주제별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서울대 이승훈 교수 (이기심과 시장) 사회는 분업과 협동으로 유지된다. 협동에는 자선 또는 이기심이 필요한데 자선은 봉사단체 종교 단체 같은 모임에서, 이기심은 시장에서 협동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자선에 비해 이기심은 비인간적인 측면이 있지만 기회비용을 측정할 수 있어 시장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즉 시장은 이기심에 기초한 구성원 간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가동된다. 이기심으로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시장에서 교환이 일어나는데 이는 사유재산권을 전제로 한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사유재산권에 대해 합의할 때 교환이 일어나고 시장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약탈과 편승이 만연해 시장이 기능하지 못하고 경제 침체가 불가피해진다.
그런데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사유재산권을 비공식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불명확한 사유재산권은 방대한 자본을 죽은 자본으로 만들어 시장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이집트 같은 중동 국가의 경우 주택 매매 계약을 이중삼중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관행은 산업과 경제의 발전을 막고 있다. 사유재산권 보호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 재산권 보호는 서로 협력하는 이기심을 위한 기본 규율이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풍부한 논술-사회과학 교과 내용을 중심으로) 불의한 법·제도에 항거해야 하느냐는 시민불복종 문제도 논술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이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은 정의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준칙을 부정하며 시민불복종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쉽게 결론을 맺는다. 사실관계부터 따지자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후세들이 그렇게 해석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폭력적인 방법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질서를 그만큼 존중한 것이다.
시민불복종 문제는 정의와 질서(권위)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냐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그른 경우가 많다. 또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정의 불의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질서는 국가의 권위를 존중함으로서 지켜지는 가치다. 정의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나라에서 시민들 삶의 질은 형편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권위가 땅에 떨어진 나라에서 시민들 삶의 질이 괜찮으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강자의 이익이 정의가 되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 논술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내용까지 반영해야 한다.
사회과 논술에는 평등, 정부의 역할, 세계화, 효율, 필요 궁핍 등의 주제도 다뤄질 수 있다. 이런 주제들은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도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이고 도발적일수록 평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경제교육연구소장(자본주의의 역사와 반기업 문화) 반자본주의와 반시장 경제의 뿌리는 설계주의적 세계관이다. 인간의 이성만을 믿고 이상적인 세계를 추구할 경우 그 결과는 오히려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공산주의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형태로 세계를 이렇게 혹은 저렇게 설계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자생적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벽한 세계 질서를 인워적으로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 혹은 그것의 반대인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정신과 문명을 타락시키게 된다.우리는 역사에서 이러한 전례를 이미 수없이 보아왔다. 인간의 완전한 이성이 지상에 천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설계주의자들은 오늘도 정부 혹은 공공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장을 공격한다. 이들은 정부 혹은 공공적 의사결정이 인간의 집단적 이성과 공동선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비효율이며 사회의 후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