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주의 독일, 노동운동이 정당 설립 형태로 진화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중상주의 독일, 노동운동이 정당 설립 형태로 진화

김동욱 기자2022.09.22읽기 4원문 보기
#중상주의#계몽주의적 절대주의#부르주아지#프롤레타리아#사회민주당#전독일노동자협회(ADAV)#3계급 선거권#산업화

(61) 노동운동의 탄생 독일 사회민주당 당사 모습.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노동운동이 초기부터 정당 설립 형태로 진화한 나라다. 독일에서 노동운동이 정치운동으로 손쉽게 바뀔 수 있었던 이유로는 독일이 중상주의와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요약되는 계몽주의적 절대주의 전통이 강했던 점이 꼽힌다. ‘국가가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국가 중심적 문화가 강했다는 설명이다. 영국이 나폴레옹의 경멸적 표현처럼 ‘소매상인들의 국가’였던 반면, 독일의 부르주아지는 정부의 보조와 규제, 관세 조치로 보호받으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독일 부르주아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 국가를 지배하는 봉건 엘리트에 종속됐다.

마르크스는 이를 두고 “독일의 사업가 계급은 역사적 사명이 없는 부르주아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여기에 노동자 계급이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독일 부르주아지들이 매우 소극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 점도 노동정당의 출현을 방조했다. 당시 독일 부르주아들은 노동자 계급이 급속하게 팽창해 정치적 해방을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프로이센 특유의 납세액에 따른 차등선거제도인 ‘3계급 선거권’을 폐지하고자 했다. 즉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모호한 양면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여기에 부르주아 명사들의 지도하에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어설픈 낙관론도 퍼져 있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불거졌던 대독일주의와 소독일주의의 대립, 민족주의의 부상도 노동자의 정치적 등장을 촉진시켰다. 1858년 새로운 황태자가 프로이센 황제로 즉위하면서 2~3년간 비교적 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전환됐던 ‘신시대’라는 시대 분위기도 이 같은 현상에 불을 붙였다. 반면 노동계급 입장에선 1840년대부터 산업화가 시작돼 1860~1870년대에 이르면 소위 ‘생득적 프롤레타리아’가 등장하게 되고 양적으로도 노동자 수가 급팽창했다. 이런 배경하에 1863년 사회주의 노동운동가 페르디난트 라살레의 영향으로 라이프치히에서 전독일노동자협회(ADAV)라는 ‘노동자 진보정당’이 설립됐다.

하지만 전독일노동자협회는 전 독일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실상 북독일 지방에 한정된 정당이었고, 주로 프로이센 지역을 본거지로 삼고 있었다. 특히 ADAV가 반부르주아적 성향이 강했던 반면 곧이어 1865년 아우구스트 베벨과 빌헬름 리프크네히트 주도로 만들어진 사회민주당은 부르주아와 연계된 노동자 정당을 지향했다. 독일 부르주아층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비슷하게 노동계급 등 좌파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노동운동 및 좌파의 지역적 분열상은 한동안 지속됐다.

전독일노동자협회가 선보인 지 6년 뒤 노동운동가들은 작센 지역에 기반을 둔 좌파자유주의 정당인 작센인민당과 남독일의 노동자협회연맹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결국 실패하게 된다. 결국 1869년 아이제나흐 회의에서 하나의 광범위한 노동자 계급 정당으로서 사회민주노동당이 설립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독일에서 노동자 정당이 빨리 등장하게 된 데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리터 교수에 따르면 특히 보수적 귀족 세력에 비해 ‘진보적’이었던 부르주아지조차 제대로 뿌리내리기 전에 노동자 정당이 등장하면서 진보세력이 분산되고 약화되는 문제점이 두드러졌다.

낙후된 정치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개혁 움직임은 산산이 분산돼 흩어져버렸다. 결과적으로 독일 자유주의는 뿌리부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노동자 정당의 등장은 이전까지 특권적 귀족층에 맞서 전체 일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유주의자들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렸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적대적인 존재는 구 보수층이었음에도 직접적으로 약화된 것은 보수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자유주의자와 부르주아들이었다. NIE 포인트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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