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유토피아는 어떻게 그려질까?
⊙ 원문 읽기**
나는 남의 돈을 좀 훔쳤다고 해서 목숨을 뺏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재산도 생명에 버금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형벌이 돈을 훔친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법을 위배하고 정의를 침해한 것에 대한 것이라고 하면,"극단적 법은 극단적 불의"라는 법언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어떤 사소한 일로 법을 어긴다고 하여 죽음으로 처벌한다는 만리우스의 법을 용인해서는 안 되고,또한 모든 범죄는 동일하다고 보아 절도와 살인은 형평상 완벽하게 상이한데도 불구하고 양자 간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하는 스토아적인 계율에 근거한 법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해석
토머스 모어는 궁지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는 사람들을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엄벌주의로 일관하는 영국의 가혹한 법제는 범죄 형평성과 처형의 효과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모어 스스로 법학을 공부하면서,그리고 법관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생생하게 느꼈을 사법제도의 모순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범죄의 경중에 따른 책임의 비례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절도에 대한 처벌도 사형이고 살인에 대한 처벌도 사형이라면 절도에 그칠 자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현실은 나 몰라라 도외시하면서 그러한 현실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범죄는 더할 나위 없이 엄격하게 처단하는 비정한 제도에 대해서 분개한다.
그리고 '극 중 라파엘'은 사법제도 비판에 연이어 사유재산의 폐지 및 공동 소유제도를 거침없이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소심한 '극 중 토머스 모어'는 그게 과연 가능이나 할 일이겠느냐며 부정하지만,'라파엘'은 자신이 실제로 관찰한 유토피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였다면서 본격적인 유토피아 묘사가 시작되는 제2부의 이야기로 이끈다.
'유토피아' 제2부는 라파엘이 경험한 유토피아 사회가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묘사는 우선 유토피아의 크기와 지역 편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 유토피아는 그 섬의 크기가 잉글랜드의 면적과 비슷하고,54개의 도시로 이뤄진 지방 조직은 당시 잉글랜드의 53개 주와 수도 런던을 합친 54개 지역과 숫자가 정확히 일치한다.
이처럼 유토피아와 영국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겹친다.
꿈은 현실의 쌍둥이기 때문이다.
꿈은 현실이고,현실은 곧 꿈이다.
그래서 상상이라는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서로의 모습은 닮을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의 제1부가 거울의 이쪽을 살피는 것이었다면,제2부는 거울의 저쪽을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