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은 우매한 집단인가?
2002년을 기억할 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잔상은 월드컵 경기에 환호하는 붉은색 군중들이다.
월드컵 분위기는 사회 전반을 휩쓸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인들을 모두 열광하게 하였다.
이때에는 평소라면 잘 일어날 법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모두 들떠있었다.
자긍심을 느낄 일도 많았고, 지탄받을 일 또한 많았다.
당시 일련의 사건들은 일상의 논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군중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사회심리학의 고전인 '군중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구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1841~1931)이 저술한 '군중심리'는 군중 심리학에 대한 괄목할 만한 연구저서로서 현대 사회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족발전의 심리학적 법칙'과 '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 등 다양한 저서를 남긴 구스타브는 '군중심리'에서 개인의 합리성과 대비되는 맹목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군중은 개개인의 지성과 판단력을 상실하고 조종자의 암시대로 휩쓸려 움직이기에 믿을 수 없다고 구스타브는 설파한다.
'군중심리'는 제1부-군중의 마음,제2부-군중의 여론과 신념, 제3부-군중의 분류와 유형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합리적이지 못한 군중의 심리와 사례, 그리고 이러한 군중을 이끄는 유인과 원동력은 무엇인지를 역사적 실증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 원문읽기 일반적으로 군중이라 함은 개인의 집단을 말하며 국적이나 직업, 남녀의 구분, 모이게 된 동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적 관점에서 군중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만은 인간의 집단은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성격과 전혀 다른 성격을 나타내게 된다.
집단화된 모든 개인의 감정과 사상은 하나의 동일한 방향을 향하게 되고 각자의 개성있는 의식은 종적을 감추며 새로운 집단심리가 발생한다.
이 집단심리는 일시적인 것이지만 명확한 특징을 보인다.
이같이 형성된 집단을 나는 '조직화된 군중'이라고 부를 것이며, 또는 '심리적 군중'이란 용어로 부르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군중은 단일한 개체를 구성하며 '군중의 정신일치 법칙'에 지배된다.
단지 다수의 개인이 동일한 장소에 우연히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조직화된 군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어떤 확고한 목적 없이 광장에 우연히 모인 개인들은 그 수가 1000명이라도 심리학적 측면에서 군중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심리적으로 군중의 특성을 가지려면 어떤 근본적 원인의 영향력이 작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