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옥죄는 규제 얼마나 많길래…중견기업으로 커가길 꺼리는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피터팬 신드롬’
“기업인들이 제발 한국에서 계속 사업할 수 있게 도와달라.”(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의 ‘중견기업 간담회’에서는 차별 폐지와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인들의 호소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끼여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
-11월4일 한국경제신문
☞사업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요한 자본과 인력을 모아야 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싸게 만들어야 하며, 연구·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기업인들의 분투속에서 기업들이 크고 그러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 삶의 질도 높아진다. 이게 기업인들은 애국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업 경영엔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중견기업,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견기업인들이 모여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여당에 하소연을 했다. 핵심은 기업 규모가 좀 커져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때는 없었던 수많은 차별과 애로가 생긴다는 것이다.
기업은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 등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기업이다. 대기업은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계열사 전체를 합쳐 자산 총액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뜻한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업이다.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이거나 자기자본이 1000억원 이상 또는 3년간 연평균 1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거나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 중견기업에 해당된다. 국내 중견기업은 3846개(2013년 기준)로 전체 기업의 0.12%다. 하지만 경제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의 약 10%인 120만명을 중견기업이 고용했다.
중견기업인들이 집권당과의 간담회에서 호소한 것은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중소기업에 주어지던 많은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100개가 넘는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인들의 모임인 중견기업연합회의 강호갑 회장은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엄청난 규제가 따른다”며 “100년 이상 가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유태경 루멘스 회장은 “중소기업을 벗어났더니 중기 시절 받던 수많은 혜택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고 싶은데 정부 지원사업에서 중견기업은 뒷전”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견기업인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지정된 업종은 대기업이 사업을 벌이거나 신규 진출하는 것이 제한된다. 장류(醬類) 전문업체인 샘표는 장류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자 군부대와 공공기관에 납품이 안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이사는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대기업 규제가 중견기업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며 “그런 규제 때문에 우리 회사는 된장, 고추장 해외 수출을 위한 연구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이처럼 혜택은 없어지고 규제만 늘어나니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커가고 싶을리 만무하다.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 나타나는 것이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년이 돼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성인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이다. 어른으로 커가기를 꺼려하는 현상이다.
중견기업인들의 하소연은 달리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 규제가 그만큼 과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 덩치가 커졌다고 해서 이처럼 많은 규제가 달라붙는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바라보는 국가중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경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기업가 정신’에 의해 발전한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 여러 걸림돌을 치워주는 건 정부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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