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도와 삶의 질
포브스가 선정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한국이 29위로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2011년 세계 141개국의 경제지표와 작년 10월15일부터 12개월간 각국 증시 등 11개 지표를 분석해 집계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를 14일 공개했다. 우리나라는 29위로 이스라엘(27위) 모리셔스(28위)의 뒤를 이었다. -11월15일 연합뉴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는 모두 230개국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잘사는 나라도 있고 못사는 나라도 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나누는 요인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산능력의 차이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른다.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가 재화나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론 한 사람이 1시간 일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생산성)의 차이가 격차를 낳는다. 그렇다면 생산성은 무엇이 결정할까? 경제학자들은 △근로자 1인당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되는 장비나 건물의 양(물적자본) △근로자들의 몸속에 체득된 지식과 기술(인적자본) △근로자 1인당 자연자원 △기술지식 등이 생산성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이들 요소 외에도 보이지 않는 결정적 요인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경제자유도’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경제자유도’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 인적자본과 기술지식을 축적하며 창의와 혁신을 부추김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경제자유도는 말 그대로 개인이나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정도다.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케이토연구소,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 한국 자유경제원 등이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이 가운데 헤리티지 재단이 월스트리트 저널과 함께 1995년부터 매년 1월 발표하고 있는 경제자유지수(IEF·Index of Economic Freedom)가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IEF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가 풍요를 낳는다”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근거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창업과 기업활동 자유도 △무역자유도 △세금 부담 수준 △정부 지출 △투자활동 자유도 △금융투명성과 자유도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노동시장 자유도 △인플레이션 억제 정도 △부패 정도 등 10개 항목을 평가해 나라별 IEF를 산출한다. 기초 통계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각국 정부 자료 등을 활용한다.
해리티지재단이 올해 17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경제 자유도’ 순위 조사에선 홍콩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 순이었다. 미국은 10위였다. 한국도 전년 35위에서 31위로 상승한 반면 북한은 전년에 이어 꼴찌인 179위를 기록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The best countries for business)’는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매년 조사해 발표한다. 지난 14일 공개된 올해 순위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1위는 뉴질랜드가 차지했으며 2위는 덴마크였다. 국제 금융허브로 꼽히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각각 3, 4위다. 포브스는 재산권, 혁신, 세금, 기술, 부패, 자유, 관료주의, 투자자 보호, 무역자유, 증시 활성도, 경제자유도 등 11개 척도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평가한다.
경제자유도와 국민 삶의 질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삶의 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 캐나다 덴마크 등은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나라다. 국민 삶의 질도 대단히 높다. 경제적 자유도가 가장 높은 아시아 5개국의 1인당 평균 GDP(국내총생산)는 경제 자유도가 가장 낮은 5개국보다 12배나 많았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빈곤에서 허덕이는 것은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의 수탈 때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사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인센티브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자유도가 낮은 게 아프리카 국가들이 못사는 이유라는 얘기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본 결과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법치주의, 교역에 대한 개방 정도가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가르는 요소”라고 밝혔다. 얼마전 대니얼 알트만 미 뉴욕대 교수는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한강의 기적은 이렇게 종언을 고하는가?(Turning Japanese:Is this the end of the South Korean miracle?)’라는 글에서 한국이 저성장 국가가 돼버린 일본의 전철을 뒤따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길 가운데 하나는 경제자유도를 높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