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기초 '애국적인 해적'이 일궜다
16세기 해적은 '반관반민' 사업자 국왕이 허가증 발급·직접 투자도
영국은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에 최강대국으로 군림했지만 사실 중세까지는 보잘것없는 변방의 2류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국의 국운이 꽃피어나기 시작한 때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1558~1603) 시대였다. 장차 세계 최대의 식민제국으로 성장할 기반이 이때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영국은 세계의 바다로 팽창해 나갔다. 그런 움직임의 선두에 서 있던 세력은 다름 아닌 해적들이었다.
존 호킨스,프랜시스 드레이크,월터 롤리 같은 인물들은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해적이 됐다.
닐 퍼거슨은 그의 저서 《제국》에서 이 시기 영국을 아예 '해적국가'로 규정하는데,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영국이 세계의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대 최강의 식민세력인 스페인을 눌러 이겨야 했다.
스페인은 중남미 대륙의 거의 대부분과 플로리다를 비롯한 북아메리카의 많은 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아시아에도 필리핀이라는 식민 거점을 차지하고 있었다.
후일 대영제국이 그렇게 주장하기 이전에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1558~1598)가 먼저 "내 영토에는 결코 해가 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특히 멕시코와 페루에서 생산되는 금은은 스페인 왕실의 소중한 수입원이었다.
아메리카의 귀금속은 카르타헤나,베라크루스,놈브레 데 디오스 같은 항구에서 선적돼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의 세비야나 카디스 항에 들어왔다.
해적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탐나는 먹잇감이라 할 만했다.
영국과 스페인은 16세기 내내 앙숙이었다. 스페인이 가톨릭 최후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반면 영국은 독자적인 종교개혁 이후 성공회를 국교로 삼은 다음 양국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직접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라도 양국 선박들은 공해상에서 서로 상대방 배를 공격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국왕은 민간업자에게 약탈허가증(Letter of Marque)을 발행해 해적 행위를 공식화했다.
더 나아가 국왕이 '해적 사업'에 투자하는 일도 빈번했다.
존 호킨스가 그처럼 국왕의 호의를 입어 해적사업으로 성공한 초기 사례 중 하나다.
그는 1564년 4척의 배를 이끌고 아메리카의 스페인 식민지를 공격했다.
이 사업에는 전국의 대귀족들이 출자했을 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여왕도 자신의 700t급 선박 '지저스(Jesus)' 호를 선단에 참여시켰다.
호킨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엄청난 금은보화를 약탈해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