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쿠란'··· 다른 손에는 '경제'
유연한 소통으로 다양한 문명 융합
상업 중시 ··· 종이·농산물 등 확산
이슬람교만큼 광범위한 지역에 빠르게 팽창해간 종교는 없을 것이다. 예언자 무하마드의 사망(632년) 이후 10년 내에 아랍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서부이란을 정복했다.
팽창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랍의 선박들이 키프로스(649년),카르타고(698년),튀니지(700년),지브롤터(711년)를 정복한 후 마침내 스페인을 정복(711~716년)했다.
동쪽 방향의 팽창 과정을 보면 650년대에 이란 고원의 사산 제국을 무너뜨렸고 그후 발크,사마르칸트,부하라 등 중앙아시아의 주요 오아시스 지역들을 지배했다.
더 나아가서 터키 부족들의 요청으로 아랍군이 당나라의 서쪽 변경 지역까지 진공해 탈라스 강변에서 당나라군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 결과 터키 족이 중국 문명권에 들어가지 않고 이슬람권과 관계를 맺게 되었는데,이는 중앙아시아의 역사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남쪽으로는 아랍인들이 인도로 항해해 들어가 711년에 힌두 · 불교 문화권이었던 신드(Sind) 지방을 정복했다. 그후로는 동남아시아의 광대한 지역으로 이슬람교가 확산돼 갔다.
이처럼 이슬람교의 성립 이후 130년 정도의 기간에 아랍군과 선박은 지브롤터부터 인도에 이르는 엄청난 지역을 지배했고,중국 및 유럽과 마주하며 그 내부로 침투할 길을 찾고 있었다.
이런 경이로운 팽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알라의 위대한 뜻이었다는 이슬람교 내부의 해석은 물론 역사학적 설명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재물을 약탈하고 여성들을 탐하는 아랍의 호전적 전사들이 메뚜기떼처럼 몰려갔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19세기 유럽 학자들의 설명 역시 사실과 크게 다르다.
오늘날 학자들은 7~8세기 아랍 군대가 대단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군사 작전을 펼쳤다는 점,새로운 물자 공급 지역과 교역로를 차지해야 하는 경제적 욕구가 커졌다는 점,종교적 열정의 분출에 동반된 정치적 에너지를 바깥으로 발산시켜야 했다는 점 등을 거론한다.
아랍 · 무슬림의 팽창은 정치 · 군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잘 계산된 조직적 팽창인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글로벌 세계질서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이슬람권'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이 세계의 실체는 하나의 종교권 혹은 하나의 문명권 이상의 것이다.
이슬람권은 아랍 세계,페르시아,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인도,북아프리카,스페인 등 실로 다양한 문명들을 포함하는 '초문명'이다.
여러 다양한 문명 요소들이 이 안에서 활발하게 소통하고 융합되기에 이르렀다.
이슬람권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오해하듯이 종교가 모든 것을 철저히 지배해 질식시키는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유연한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