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없다면 돈을 어디에 맡기고 어디서 빌릴까? 무언가의 존재가치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만약 그것이 없어진다면 우리에게 어떠한 불편한 점들이 생겨날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같은 접근 방식은 오늘의 주제인 은행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도 유효한 방법일 것이다.
만약 은행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어떠한 불편함에 직면하게 될 것인지 생각해 봄으로써 은행이 왜 필요하며,구체적으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생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은행이 없다면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서 집 앞에 있는 은행은 놔두고 학교까지 직접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새 학기를 대비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서도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회사에 가서 직접 돈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가 새 학기부터 용돈을 올려주기로 하셨다면,앞으로 용돈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도 더욱 신경이 쓰일 것이다.
위의 상황에서 우리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시적인 기능이자 필요성이 자금의 보관과 결제 기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은행의 형성과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 은행은 12세기 베니스와 제노아에서 설립되었다.당시 은행들은 선박을 타고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거래를 해왔던 상인들을 위해 그들의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객주(客主),여각(旅閣)에서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을 비롯한 자금의 보관 업무 및 결제 업무 등을 담당한 바 있다.
그리고 곧이어 은행 역할을 해온 이들을 통해서 예금의 일정액이 구두 지시,가끔은 서면 지시를 통해서 상거래에 따라 다른 계좌로 이체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상거래를 통해 얻은 주화나 자금을 다시 가지고 다니는 데 많은 위험과 비용을 수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은행에 자금을 맡겨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믿고 거래하는 신용거래를 선호하게 된다.
당시 상인들이 이러한 신용거래를 선호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초창기 화폐인 주화가 균일하지 못한 데에서도 기인한다.
당시 주화는 그 크기와,무게,금이나 은의 함량 등이 지역,주조시기 등에 따라 서로 달랐으며 위조 또한 성행하였다.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운 주화를 근거로 하여 거래하는 데는 문제가 많아 상인들은 점점 신용거래에 의존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자금의 보관과 결제 업무에 이어 자연스럽게 대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초창기 은행 역할을 해오던 이들은 상인들이 직접 막대한 자금을 직접 들고 돌아다니며 상거래를 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자금의 대부분을 맡기고 자신들이 발행해 주는 보관증서를 근거로 거래하는 것을 휠씬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상인들이 보관해 둔 자금을 바탕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상인들에게 물건이 판매되기 전에 물건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융통해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