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기술로 재난에서 탈출한 취준생 용남이¨코로나·청년실업의 벽을 통과할 엑시트는 있을까
경제

암벽등반 기술로 재난에서 탈출한 취준생 용남이¨코로나·청년실업의 벽을 통과할 엑시트는 있을까

강영연 기자2020.07.09읽기 5원문 보기
#특허권#진입장벽#독점#가격 상한제#비탄력적 수요#코로나19#청년실업#최저임금제

시네마노믹스

(14) 엑시트 (下)

영화 ‘엑시트’에서 주인공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가 마무리될 무렵 도시는 알 수 없는 유독가스에 휩싸인다. 화학회사에서 일하던 전 공동창업자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도시에 풀었기 때문이다. 도시를 감싼 유독가스는 응용화학자가 복수를 위해 뿌린 것이었다. 엔서화학 공동창업자인 이 사람은 특허권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소송에서 패한 화학자는 신사옥 개관 행사를 앞둔 회사 앞에 유독가스를 가득 담은 탱크로리를 폭파하는 것으로 앙갚음을 한다.재난의 뒤에 특허권 갈등

특허권이 뭐길래 이렇게 첨예한 갈등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특허권은 발명한 물건, 아이디어 등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경제학에서 특허권은 국가가 허락한 독점권으로 평가된다. 독점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진입장벽’이 있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허권은 진입장벽으로 작동해 독점 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독점기업은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너무 상승하면 판매량이 줄고, 전체 이익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회사들은 이윤의 크기가 가장 큰 지점에서 가격을 정한다. 그 결과 경쟁시장의 기업보다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가격 상승과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같은 독점을 허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가격을 허락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들에 특허권을 주면 더 좋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 음악과 소설 등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과학자들에게 발명특허 등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점점 상승하는 가스를 피해 옥상으로 나가야 하지만 문이 바깥쪽에서 잠긴 상황. 설상가상으로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의 누나는 유독가스를 마시고 생사의 고비에 놓여 있다. 용남은 창을 깨고 나가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돈도 안 된다’고 구박받던 그의 암벽 등반 실력이 모두를 구한다. 마침내 소방헬기가 일행을 발견하고 옥상으로 오지만 중량초과 때문에 용남과 컨벤션센터 종업원인 첫사랑 의주(임윤아 분)는 탈출에 실패하고 다시 위기에 처한다. 암시장 가격은 천정부지로재난 상황에서 방송국의 특종 경쟁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다.

경쟁사에 ‘물 먹은’ CBA방송국 국장은 불법 드론 촬영으로 재해 상황을 보도하려고 드론 일당에게 거액을 건넨다. 이처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암시장의 가격 결정은 가격 상한제가 있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프>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의 가격은 P1이다. 하지만 방송국은 제보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소정의 감사금(P2) 정도만 허락된 상황이다. 이때 수량은 균형 수량인 Q1이 아니라 Q2로 결정되고 결국 가격은 P3까지 오르게 된다. 이때 수요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라면 수요 그래프의 기울기는 더 가팔라지고 가격(P4)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CBA방송 덕분에 두 주인공의 탈출 여정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가스가 닿지 않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보고 돕는 사람들도 생긴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마침내 구조헬기를 탄 주인공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둘 사이에 사랑도 싹트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녹록지 않은 현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을 미루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욱 줄었다.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용남이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 셈이다.

암벽등반의 시작은 출발부터 목적지까지 길을 정하는 ‘루트파인딩’이라고 한다. 어느 높이까지, 어떤 돌을 밟고, 어디를 잡고 올라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목표를 향한 길을 정할 수조차 없는 깜깜한 벽 앞에 몰려 있다. 이들에게 출구(엑시트)는 있기나 한 걸까.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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