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2006년 개봉한 영화 ‘짝패’에 나오는 대사다. 장필호(배우 이범수)가 정태수(배우 정두홍)에게 말하는 이 대사가 많은 관람객이 뽑은 명대사가 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우리 삶을 관통하는 절절한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유명한 영화 대사
현재 우리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쟁 대상은 많아지고, 경쟁 속도는 빨라진다. 기업 세계에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 기업에 경쟁은 곧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에 뒤처진다는 것은 곧 사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 세계에서 경쟁은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벌어진다. 과거의 경쟁 상대가 동지가 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이 어느 순간 최대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에는 이런 문구가 유행했다.
“나이키의 경쟁사는 닌텐도다.”
“넥슨의 경쟁사는 싸이월드다.”
나이키 경쟁사가 닌텐도?
얼핏 보면 당최 나이키와 닌텐도가, 넥슨과 싸이월드가 무슨 상관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이키는 대표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닌텐도는 일본 게임회사가 아닌가.
이는 단순히 산업 분야가 아니라 ‘여가 시간의 사용’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당시 게임기 붐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스포츠를 즐기던 시간을 게임에 쓰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축구를 좋아하던 아이가 직접 공을 차기보다 게임기를 이용해 축구를 하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그 전까지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스포츠와 게임산업이 고객의 중첩으로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동일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들의 제품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은가.
넥슨과 싸이월드의 경쟁 관계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2000년 초반, 온라인 게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당시 넥슨은 월정액제로 돈을 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타 온라인 게임과 달리, 게임 플레이어들이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단, 게임 내에서 게임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등의 소액 결제를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는 부분 유료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넥슨은 유료 아이템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부분 유료화 방식은 게임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을 넓혀주었다. 돈을 주고서라도 좋은 아이템을 갖길 원하는 사람은 유료 구매를 선택하고, 좋은 아이템보다 무료 게임을 원하는 사람은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았다. 당연히 넥슨은 여타 월정액제 온라인 게임들보다 훨씬 많은 플레이어를 유치할 수 있었고, 이는 곧 넥슨의 어마어마한 수익으로 이어졌다.
그즈음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있었다. 바로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라 불리는 자기만의 웹페이지를 만들어 사진과 글 등을 올리며 관리할 수 있는 사이트였다. 싸이월드의 주 수입원은 ‘도토리’라는 유료 아이템이었다.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캐시 역할을 하는 아이템으로, 배경음악, 미니홈피 스킨 등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 특히 미니홈피 관리에 시간을 쏟았고, 이들 대부분은 도토리를 구매해서 자신들의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을 올렸다. 당시 10∼20대 가운데 싸이월드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게임회사 넥슨이 싸이월드를 경쟁 상대로 인식한 이유는 넥슨의 게임 플레이어와 싸이월드 유저가 같은 연령대 고객층이라는 데 있다. 자사 게임을 이용해야 할 고객층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관리하느라 대거 이탈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 2000년대 중반의 경쟁 구도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이키와 닌텐도, 넥슨과 싸이월드의 경쟁구도는 이미 무너졌다. 나이키가 닌텐도에, 넥슨이 싸이월드에 압승을 거두며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나이키와 넥슨은 현재도 성공한 기업으로서 세계 무대를 활발히 누비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