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경영권 방어는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20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비중 있게 실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 CEO 375명에게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대응할 다양한 방어책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39.5%가 '거의 모른다',25.9%는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쉽게 말해 국내 CEO 10명 중 7명 정도는 자신의 기업이 적대적 M&A의 표적이 된다 하더라도 어떤 방어책을 써야 할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젠 경영자를 뽑을 때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 능력도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저명한 기업 M&A 전문가의 말은 여러가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백기사를 찾아라
특정 기업이 외부세력으로부터 적대적 M&A 공격을 받을 때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이 백기사(White knight)를 찾는 것이다.
백기사란 말 그대로 적대적 M&A 공격을 받은 기업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해주는 우호세력이다.
백기사의 반대말은 흑기사(Black knight)로 적대적 M&A를 감행하는 쪽의 편에 서서 경영권 탈취를 돕는 제3자를 말한다.
적대적 M&A에 노출된 기업이 백기사를 찾게 되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백기사를 지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측 우호지분을 늘리는 것이 한 가지 사례다.
증자(자본금을 늘리는 것)를 해 발행한 주식을 우호세력에 배정하면 그만큼 경영자측 우호지분이 늘어나는 대신 상대방의 지분율은 낮아지게 된다.
백기사에게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를 발행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백기사에게 자사주(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를 매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경영권 방어자와 공격자 간에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쓸모가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적대적 M&A 위협이 가해졌을 때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매각,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최근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KT&G도 우호세력 확대를 위해 제3자에게 자사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황금낙하산과 초다수 의결제
기업들은 경영권이 공격당하는 빌미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초강수를 두기도 한다.
'초다수 의결제''황금낙하산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초다수 의결제는 적대적 M&A를 위한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올 경우 참석 주주의 90%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정관에 명시해 사실상 적대적 M&A를 불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