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깊이 들여다보고 마음의 병 치료하죠”
몸에 생긴 병만큼 위험한 것이 마음의 병이다. 신체적인 질병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난다. 반면 마음의 병은 눈에 잘 띄지 않은 채로 시간이 가면서 깊어지기 십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있지만, 여전히 정신과라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처럼 여기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마음의 병이 몸에 난 병보다 위험하다고 말한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이 배경이 된 강력 범죄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이 종종 떠들썩하게 보도되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전문의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용 전문의(37)를 만나봤다. Q.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려면.
“의사가 되려면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을 마쳐야 한다. 대학마다 커리큘럼이 다르지만 첫 1년은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등 의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 학문을 배우고, 2학년 때는 소화기학, 신경학, 근골격학, 정신과학 등 기초 의학부터 병리현상, 진단과 치료에 대한 내용을 장기·기능별로 배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 기간은 4년이다.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정해진 과정에 따라 수련하고, 병원에 입원한 정신분열증, 양극성 정동 장애, 우울증 등의 환자들을 맡아 치료하고 이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 전공의 수련을 끝낸 뒤 전문의 자격 시험에 합격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Q.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어떤 직업인가.
“정형외과 의사가 근골격계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고 심장내과 의사가 심장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듯 정신과 의사는 뇌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뇌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사람이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호르몬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고, 심리적인 영향도 있다.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 두 가지를 모두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Q.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정신과 진료실과 다른 모습이다. 영화 속 정신과엔 환자가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카우치가 있던데 이 곳에는 안 보인다.
“우리 병원은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미디어에 나오는 것처럼 환자가 편안한 의자에 누워 심리 치료를 받는 곳도 있지만 그리 많진 않다. 반대로 진료를 짧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식당도 패스트푸드점, 일반 식당, 오마카세 등이 있듯이 정신과 병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우리 병원은 일반 식당에 비유할 수 있다.” Q.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은 어느 정도 되나.
“우리 병원은 보통 30~40분 상담을 한다. 아까 얘기한 카우치가 있는 병원은 정신분석 치료를 하기 때문에 좀 더 깊고 길게 진료한다.”
Q. 정신과 전문의 외에도 팟캐스트, 작가,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작년에 방송사에서 연락이 와 유퀴즈에 출연했는데, 방송 이후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얼떨떨하다.(웃음) 팟캐스트 ‘뇌부자들’은 연세대 의대 동기들과 201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들어줘서 감사하게 방송하고 있다.” “한국인 4분의 1 정신질환 겪어…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환자 인생 망친다” Q. 팟캐스트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사실 화가 나서 시작했다. 내가 만나 본 환자들 중에는 빨리 치료했으면 분명 좋아졌을 분들이 많다. 그런데 주변에서 잘못된 정보를 듣고 치료를 늦추다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는 사례를 많이 봤다. 굿을 해야 한다거나 기도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해 환자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대한민국 국민 4분의 1이 살면서 한번쯤 정신질환을 겪는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지만 정보가 많지 않다. 팟캐스트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
Q. 왜곡된 정보로는 주로 어떤 게 있나.
“대표적으로 정신과 기록과 약물에 대한 것이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남아 나중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은 제3자가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따라서 정신과 진료를 받아도 사회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 진료 기록은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다. 어렸을 때 진료를 받았다면 성인이 될 무렵엔 기록이 사라진다. 정신과 병원 중엔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에 기대어 왜곡된 정보를 이용하는 마케팅이다. 약도 마찬가지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거나 멍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이 200종이 넘는다. 그 중 부작용이 있는 약도 있지만 없는 약도 많다. ‘정신과 약’이라는 말 자체가 오류다. 내과나 정형외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내과약, 정형외과약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진통제, 해열제 등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Q.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발생한 사건들이 언론에 많이 나온다. 예전에 비해 정신질환 환자가 많아진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