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적 욕망을 부끄러워하다
⊙ 경제성장의 그림자
1970년대는 한국사회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경제적 환경이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약간이나마 생활의 여유도 느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급속한 성장이 일부 계층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경제 성장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성장 위주의 정책은 빈부의 계층적 분화를 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시켰고,그 사이 경제적 지위가 상승한 이들은 스스로를 다른 계층과 구별짓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물질적 욕망 추구는 더욱 노골적이 되어 갔으며 정신적 가치는 무시되고 그 자리에는 다만 위선과 가식만이 자리잡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라고까지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전보다 그 정도가 심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작가 박완서는 서울 출생으로 도시화,산업화를 그 중심에서 몸소 경험하면서 물질적 욕망의 블랙홀로 변해가는 서울을 일련의 작품을 통해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바로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년 여성으로 결혼을 세 번째 한 여성이다.
그녀는 중학교를 다니던 때에 사변을 겪게 되는데 그때에 속물적 욕망에 대한 생리적인 거부반응을 얻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려면 남들처럼 미군에게 매춘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윽박지른 일 때문에 생긴 일종의 정신적 외상이었다.
하지만 유독 부끄러움에 과민했던 그녀는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이후로 속물적 욕망에 대한 생리적인 거부감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녀가 결혼을 연거푸 실패하게 된 것도 결국은 상대방에게서 지독한 속물 근성의 실체를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 위장된 욕망
1인칭 화자에 의해 서술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어느 시골 중농과 첫 번째 혼인을 하게 된다.
그는 농사꾼 상대로 돈놀이도 하고 돈 생기는 일이라면 남의 이목을 가리지 않았으며 교만하고 무식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은 지방대학의 강사였다.
그는 돈과 명예와는 상관없는 듯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을 신문에 게재하고 있었지만 그 실체는 위선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다.
세 번째 결혼은 십년 전 상처(喪妻)를 경험한 지방의 소문난 장사꾼이었다.
그는 두 번째 남편처럼 위선적이지는 않았지만 '한 밑천 잡아 잘살아 보자'는 배금주의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