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탈출을 꿈꾸다
⊙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자본주의
근대 자본주의는 전에 누릴 수 없었던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은 엄청난 재화를 생산하고 이를 소비하도록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본'이 가장 중요하다.
자본은 생산요소 중의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생산이 추구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본'을 끊임없이 재순환시키고 더 확대 재생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지고 생산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러한 순환과정에서 자본의 생산을 위해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의 잣대로 수량화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고유한 개개의 성질보다 자본으로서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경향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자본주의는 획일화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수가 없다.
삶의 패턴도 예외는 아니다.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인간의 삶은 정형화되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에서 근대가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1930년대.
근대 문명의 세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적응한 한 작가가 있다.
근대가 추구하는 생산하고 소비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운운하며 근대인으로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한 인간,바로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상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총독부 건축기사로 활동하며 현대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근대문명의 세례를 적게 받았다고는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쓴 작품 「날개」는 근대문명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면이 드러나 있지 않는다.
오히려 근대 자본주의가 감추고 싶은 뒷골목의 풍경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휘황찬란한 겉모습과는 달리 자본주의 초기에는 오물과 악취가 가득한 뒷골목도 함께 존재했다.
이를 테면 산업화 초기의 런던은 다수의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비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미로처럼 이어지는 아파트를 지었는데 오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 대단히 불결하고 악취가 심했다고 한다.
또 노동자들은 하루의 피로를 잊기 위해 사창가와 아편굴 같은 곳을 전전했다고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