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 일으켜
테샛 공부합시다

자국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 일으켜

정영동 기자2024.09.05읽기 4원문 보기
#J-Curve 효과#근린 궁핍화 정책#마샬-러너 조건#아베노믹스#양적완화#디플레이션#무역수지#환율 절하

테샛 경제학

(160) J-Curve 효과

‘중상주의’가 강했던 17~18세기 유럽에서는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을 억제하려고 했습니다. 주변국을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한 근린 궁핍화 정책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지요. 이러한 행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한 국가가 무역수지를 늘리면 Y(국내총생산)=C+I+G+(X-M)에서 순수출(X-M)이 늘어나 국가의 부가 커집니다. 그래서 각국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기 위해 환율을 상승시켜 자국 화폐가치의 인위적 절하 경쟁도 불사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환율을 상승시킨다고 해서 한 국가의 무역수지가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출입 가격은 변동하더라도 수출입 물량이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율이 상승하는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하다가 수입 물량은 줄고 수출 물량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지요.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모습이 알파벳 J자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서 이를 ‘J-Curve 효과’로 부릅니다. 하지만 이는 두 국가가 존재하고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자국과 외국의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의 합이 1보다 커야 하는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해야 하죠. 즉 환율이 10% 상승했을 때, 무역수지가 개선되려면 자국의 수출량 증가분과 수입량 감소분의 합이 1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수출량 증가분이 적더라도 수입량 감소분이 매우 크다면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샬-러너 조건이 단기에는 충족하지 않고 장기에만 성립하므로 J-Curve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죠.

엔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환율상승이 장기에는 무역수지 개선을 가져온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려는 유혹이 존재하지요. 이러한 유혹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꼽을 수 있죠.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었지요. 그래서 시행한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엔화 가치 하락→수출 실적 개선→근로자 임금 상승→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지요. 하지만 일본의 무역수지 추이(그림)를 보면 실제로 J-Curve 효과가 다양한 요인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일본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겼습니다.

그래서 엔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요. 게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수입액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자체가 상승하면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엔저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일본 중앙은행도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했죠. 하지만 금리인상은 국채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딜레마에 처했죠.

정책을 시행할 때는 고려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이 이후에 발생하면서 의도한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나는 상황이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돈 더 풀면 일본 경제 강해질까?
테샛 공부합시다

돈 더 풀면 일본 경제 강해질까?

일본의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추진하는 '사나에노믹스'는 과거 아베노믹스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을 계승하려 하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하고 정부 부채 비율이 236.7%에 달해 금융완화 정책 추진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주식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채권시장의 부채 우려가 공존하면서 사나에노믹스의 실제 효과는 불확실한 상태다.

2025.11.20

시동걸린 아베노믹스…'엔저' 이어 기업 氣살린다
Focus

시동걸린 아베노믹스…'엔저' 이어 기업 氣살린다

아베노믹스가 금융 완화에서 벗어나 법인세 감면, 벤처산업 육성, 외국 기업 유치 등 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자원 외교를 통해 일본 기업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엔저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 정책은 국제적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으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는 평가와 재정위기 우려라는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13.04.04

물가 상승은 악(惡)?…적당히 올라야 좋아요
커버스토리

물가 상승은 악(惡)?…적당히 올라야 좋아요

물가 상승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적당한 수준의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만 과도한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킨다. 반대로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기업 매출 감소, 소득 감소, 소비 위축의 악순환을 초래하여 경제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정적인 물가 상승 수준인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여 관리한다. 물가는 원재료비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합리적인 물가 관리가 중요하다.

2017.06.01

굿바이! 2014…헬로!  2015
커버스토리

굿바이! 2014…헬로! 2015

2014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유럽의 부진, 일본의 아베노믹스 한계, 유가 급락 등으로 불안정했으며, 국내에서는 한·중 FTA 타결로 경제영토가 확대된 반면 엔저로 인한 경쟁력 약화에 시달렸다. 2015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유럽과 일본의 계속된 양적완화로 인한 달러 강세와 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며, 기술 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4.12.11

글로벌 통화전쟁, 엔저의 대공습…'잃어버린 20년' 돌파구 찾을까?
커버스토리

글로벌 통화전쟁, 엔저의 대공습…'잃어버린 20년' 돌파구 찾을까?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20% 이상 하락하면서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수출업계는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악화로 순이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으며, 금융완화로 풀린 돈이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3.05.15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