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자료 활용에도 일일이 저작권료 지급해야 하나
시사이슈 찬반토론

학교 수업자료 활용에도 일일이 저작권료 지급해야 하나

허원순 기자2022.05.19읽기 6원문 보기
#저작권법 개정안#지식재산권#공교육#지방교육재정교부금#저작권료#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비대면 수업#온라인 교육

사진=사진공동취재단국회에 발의된 법안 가운데 교사들의 수업 자료에도 저작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있다. 교육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이다. 핵심은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는 수업자료에 대해 저작권 사용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물론 각종 교재의 그림과 도안, 다큐멘터리물이 해당된다. 지금까지 이런 저작물은 무료로 교실에서 활용돼왔다. 이 법이 통과되면 당장 연간 69억원가량이 지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돈은 신탁단체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간다. 반대론도 만만찮다. 대표적 ‘공익’인 공교육의 교재에까지 저작권료를 내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마구 쓰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있지만, 저작권료 지급이 교사의 저작물 사용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어느 쪽이 타당할까. [찬성] 지식재산권 보호가 대세…다양한 저작물 교육에 더 활용될 것현대는 지식사회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지식사회로의 발전은 요원해진다. 재산권자 본인의 자발적 ‘재능 기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지식재산권 침범은 곤란하다.

잘나가는 변호사, 유명한 의사 같은 직업이 선망받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것은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이용, 정당한 대가를 치른 교환 시스템에 따른 것 아닌가. 그렇게 유능한 인재들이 지식재산권이 중시되는 직업과 산업 쪽으로 몰리고, 그 결과 사회는 진보하고 국가는 성장한다. 더구나 저작권 같은 지식재산권은 현대사회의 주요한 사적 재산이다. 개인 재산권은 헌법이 배타적 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하위 법률로 헌법의 그런 취지를 이행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지식산업이 융성해지고, 저작권 확보를 위한 창의성도 한층 발휘될 것이다. 코로나 쇼크를 거치면서 학교에서도 비대면 수업, 온라인 교육이 급격히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개인을 대리해 각 교육청이나 중앙정부가 저작권에 따른 사용료를 지급한다면 일선 교사들은 다양한 저작물을 수업에 적극 활용할 것이다. 교사가 마음 놓고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주장하는 공교육 정상화, 학교 교실의 수준 높이기에 도움 된다.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이런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 학생은 매년 크게 줄어드는데 각 교육청으로 가는 교부금은 거꾸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법에 따른 것인데, 이 법을 개정하라는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진다. 그런 여론에 따르는 차원에서도 여유 있는 교부금을 이런 분야에 쓸 필요가 있다.

교사나 학교가 모든 수업의 모든 교재에 대해 일일이 저작권료를 챙기는 게 아니라, 교육청이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등에 저작권자를 대신해 일괄 지급하면 간단한 행정처리만으로 결제에서도 복잡한 과정을 막을 수 있다. [반대] '사회적 가치'인 공교육 위축 가능성…재원·저작권 침해 논란 초래할 우려저작권 보호도, 공교육도 모두 중요한 사회적 가치다. 하지만 공교육의 근간인 학교교육 교재에서까지 저작권이 강조되고 법적인 보호를 강제한다면 교실의 학습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와 일선 교사의 위축이 큰 걱정이다. 저작권은 그 내용부터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저작권 보호나 보상 방식은 더 복잡하다.

경제적으로 계산하는 게 쉽지 않다. 저작권자와 사용자의 시각이 크게 다를 수 있는 데다 중개자도 마땅찮다. 저작권을 둘러싼 권리와 침해·보상 등에서 분쟁이 많은 이유다. 처음에는 값싸게 출발해도 저작권 사용료가 해마다 급증할 수 있고, 협회 등을 내세운 간접 중개 계산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교사 개인의 책임 문제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나 교육청은 보수적인 곳이다. 보상 방식과 계산에서 저작권 업계의 시각과 다를 수 있다. 보상금을 간접 지급하거나 후지급으로 시작한다 해도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교사들은 저작권물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가 개인 책임으로 될 때의 위험을 어느 교사가 감내하겠나. 지금처럼 법에 따라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편하게 수업에 활용할 때와 달리 교재가 전반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다. 더구나 저작권물은 범위가 매우 넓어 사용자가 사전에 일일이 점검하기도 쉽지 않다. 수업자료 준비에서 교사들이 위축되면 처음 의도와 달리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공교육, 학교 교실에서의 교재는 아예 저작권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문제의 소지를 막는 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많다고 하지만 쓸 곳이 많다. 더구나 법이 바뀌면 학교로 지원되는 이 돈은 줄어들 것이고, 최악의 경우 중단될 수도 있다.

그때는 저작권물 사용료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늘어나는 교사들의 행정업무도 부담이다. √ 생각하기 - 소요예산 산정부터…교재개발 위축 예방과 교육현장 의견도 중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탁상공론인가. 교육 현장에서는 공익 차원에서 적어도 공교육에서는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게 옳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다수라고 해서 꼭 정의나 공정인 것은 아니다. 다만 법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면 교사 사회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수업 준비가 위축될지, 시간이 흐를수록 활성화될지 바로 판단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넘치는 교육 교부금만 바라보는 주장이라면 숙고가 필요하다.

다른 재정 자금처럼 이것도 화수분은 아니다. 제각각 의미가 있는 두 가치가 충돌한다면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을 동시에 보면서 차분한 공론화로 준비를 좀 더 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어느 쪽으로 가든 학교 교육과 현대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더 많이 수용하면서 공교육이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1인 미디어 전성시대…비즈니스모델도 빠르게 늘어나죠
2020학년도 대입전략

1인 미디어 전성시대…비즈니스모델도 빠르게 늘어나죠

1인 미디어 플랫폼의 다양화와 함께 크리에이터는 광고료, 기업 협력, 유료 콘텐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한다면 디지털콘텐츠학, 영상정보공학 등 관련 학과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언론홍보학, 경영학 등을 선택하여 기획, 제작, 브랜딩, 지식재산권 등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학교 활동과 연계하여 기록하는 것이 유리하다.

2019.03.02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생산요소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생산요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새로운 생산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 공급을 노동으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측정하여 보상한다면, 사용자들이 플랫폼의 수동적 이용자에서 가치 창출의 참여자로 전환되어 데이터 품질 향상과 경제적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

2019.11.28

두 얼굴의 알고리즘…감사 통한 투명성 확보 필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두 얼굴의 알고리즘…감사 통한 투명성 확보 필요

인공지능의 핵심인 알고리즘은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반영되어 객관적일 수 없으며, 불투명성·불공정성·확장성을 갖춘 나쁜 알고리즘은 특정 계층에 파괴적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감사처럼 알고리즘 감사 제도를 도입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효율성뿐 아니라 공정성과 공익의 가치를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한다.

2020.12.23

‘경제 하려는 의지’가 경제성장의 원동력
커버스토리

‘경제 하려는 의지’가 경제성장의 원동력

한국은 자원 부족 속에서도 "경제하려는 의지"로 제조업을 발전시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으며, 이는 노벨상 수상자 아서 루이스가 제시한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유인정책으로 지원하되 민간기업에 주도권을 맡긴 한국의 시장경제 원칙이 국민의 경제 의지를 자극해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켰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경제 의지가 없으면 후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으므로, 지식재산 보호와 함께 국민의 경제 의욕을 북돋는 것이 지속적 성장의 관건이다.

2007.11.07

인문계 지망 학생도 수리형 풀어야
2008학년도 서울대 논술 예시문

인문계 지망 학생도 수리형 풀어야

서울대 2008학년도 논술고사는 인문계에 수리형 문제를 포함한 3~4개 문항을, 자연계에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하여 기존과 크게 달라진다. 인문계는 시사 문제와 수리적 사고력을, 자연계는 암기가 아닌 과학적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학생들은 교과 과정에 충실하면서 시사 이슈를 파악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 방법이다.

2005.11.29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