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에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만들어 공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2012년부터 ‘베터라이프 인덱스(Better Life Index)’를 제공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고 수치화하는 시도들이다. 특히 베터라이프 인덱스에서 한국은 ‘일-여가 균형(work-leisure balance)’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일-여가 균형의 의미를 알아보자.
일-여가 균형은 시간 배분상 상충되는 일과 여가에 대한 바람직한 절충점을 뜻한다. 문제의 출발은 일과 여가를 양적으로 동시에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하루의 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하나를 늘리면 다른 하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근로 결정을 설명하는 데 여가의 가치를 주목하고, 마찬가지로 여가시간을 평가하는 데 현재 임금 수준이나 일했다면 받음직한 임금 수준을 이용한다. 일하기로 선택했다면 그에 따르는 수입을 포함해 기대되는 편익이 같은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것보다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여가를 선택했다면 그 편익이 여가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의 가치보다 크다는 의미로 본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하는데, 일과 여가는 서로의 기회비용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여가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많다고 평가받고 있다. OECD의 ‘일-여가 균형’ 평가 항목은 두 가지로, 주당 50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과 먹고 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개인관리 및 여가 시간이다. 한국이 일-여가 균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관리 및 여가 시간이 비교적 짧기도 하지만, 특히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2012년 기준 27.1%). 게다가 장시간 근로가 남성에게 쏠려 있고 이것이 남녀 간 임금 격차나 가정 내 가사 분담 불균등과도 관련을 맺어,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 개인의 건강과 안전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의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남성 중심의 장시간 근로 문화는 여성의 경제활동 의욕을 꺾는다. 문제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일하고 여가를 취할지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장시간 근로 문화가 개인이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택할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한 결과라면, 우리는 여가라는 기회비용을 과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여가 균형이 여성 고용률, 만혼 및 저출산, 인성교육 등 많은 중요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면 과장일까? 어떻게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잡아야 할지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적으로 접근할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리라.
민세진 교수 sejinmi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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