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vs 국채 vs 돈 찍기… 정부가 돈 구하는 3가지 마법과 그 대가
경제야 놀자

세금 vs 국채 vs 돈 찍기… 정부가 돈 구하는 3가지 마법과 그 대가

유승호 기자2026.04.29읽기 5원문 보기
#추가경정예산#국채 발행#초과 세수#총수요와 총공급#물가상승#리카도 대등 정리#화폐 증발#인플레이션 조세

정부지출은 총수요만 증가시켜

세금·국채 모두 다 물가 올려

'빚 없는 추경'이 '착한 추경' 아냐

‘전쟁 추경’으로 불리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 중 일부인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풀리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추경이 ‘빚 없는 추경’이라고 강조한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 즉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증세도 없었고 나랏빚이 늘지도 않았으니 ‘착한 추경’이라고도 한다. 정부가 돈을 마련하고 쓸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따져보자.정부가 돈을 버는 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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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쓸 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거나, 중앙은행을 동원해 돈을 찍는 것이다. 세금을 더 내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그래서 정부는 정치적 저항이 적은 수단으로 국채 발행을 택할 때가 많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지출을 늘리면 나라 경제의 총수요가 증가한다. 이는 경기를 활성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하지만 이러한 경기부양을 제약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정부 지출 확대는 총수요를 늘릴 뿐 총공급은 증가시키지 못한다.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가 늘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상승은 수요를 가라앉힌다. 또한 물가상승은 장기적으로 임금을 포함한 생산요소 가격을 밀어 올려 총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정리하자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지출을 확대하면 단기적으로는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기팽창 효과는 사그라들고 물가만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세금을 늘리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도 국채를 발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단기적 경기팽창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물가만 올리는 결과가 나타난다.세금을 줄여도 돈을 안 쓴다면?그렇다면 조세 징수와 국채 발행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방법일까. 세금을 줄이고 그 대신 국채를 발행한다면 세금이 줄어든 만큼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 여력이 생겨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경기부양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국민소득은 완전고용 국민소득, 즉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국민소득 수준으로 돌아간다.조세감면이 장기적으로는 물론 단기적으로도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세감면으로 재정적자가 생겨 나랏빚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세금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세금 부담을 예상한다면 당장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비를 늘리지 않을 수 있다.이처럼 정부가 세금을 줄이고 국채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이론을 ‘리카도 대등 정리(등가 정리)’라고 한다. 정부 지출이 일정하다고 할 때 그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하든 국채로 조달하든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모든 경제주체가 미래의 세금 부담까지 예상해가며 현재의 소비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당장 내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면 굳이 미래세대의 부담까지 걱정하며 소비를 줄일 이유도 없다.세금도 국채도 모두 국민 부담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화폐 증발, 즉 돈을 더 찍는 것이다. 돈이 더 풀린 만큼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한다. 세금을 늘리진 않았지만, 물가가 올랐으니 국민 부담이 커진다. 세금을 더 낸 것과 다름없는 결과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조세’라는 말이 있다.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일에 발간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을 경우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감축에 활용됐을 것”이라며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경은) 국채 추가 발행과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이든 국채든 새로 찍은 돈이든, 정부가 쓰는 돈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착한 추경’은 환상일 수 있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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