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찾지 말라고요?…'착한 가격'의 배신..!(⊙_⊙)
경제야 놀자

가성비 찾지 말라고요?…'착한 가격'의 배신..!(⊙_⊙)

유승호 기자2026.04.23읽기 5원문 보기
#가격상한제#인플레이션#공급 감소#암시장#시장균형가격#초과수요#기회비용#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가격통제칙령

고대 로마부터 시작한 제도

코로나 마스크·진단키트도 시행

팔수록 손해…상인들 거래 포기

공급 감소로 품귀 땐 암시장 성행

인위적 가격 통제로 인플레 악화

예외적으로 쓰는 비상대책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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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줄이 길어요.” 맛집 리뷰에 올라온 글이 아닌 주유소 방문 후기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급등한 탓에 기름값이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정부는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가격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최고가격제, 즉 가격상한제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시장균형가격이 뭔가 공정해 보이지 않을 때 정부가 손쉽게 꺼내 드는 수단이다. 그러나 가격상한제는 종종 뜻하지 않은 결말을 맞곤 했다. 고대 로마부터 대한민국까지고대 로마제국의 43대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기독교를 가혹하게 탄압했다. 기독교뿐 아니라 물가에도 단호했다. 전쟁과 토목 공사, 관료 기구 확대로 부족해진 재정을 메우기 위해 돈을 찍었는데, 그로 인해 물가가 빠르게 오르자 서기 301년 가격통제칙령을 발표했다. 가격 상한선을 정해서 어기는 상인은 엄하게 처벌하는 제도였다.대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혁명으로 집권한 로베스피에르는 우유와 곡물, 고기, 가죽, 종이 등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휘발유, 육류, 의복 등을 대상으로 배급제를 도입했다. 생필품 배급제와 함께 시행한 뉴욕시의 건물 임대료 규제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71년 8월 “미국 전역의 모든 가격과 임금을 90일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얼마 뒤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1973년 6월 석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2022년 마스크와 자가 진단 키트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 가격상한제 효과와 부작용가격상한제는 가격을 즉각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많이 받으면 처벌하겠다는데, 이를 거스를 간 큰 공급자는 별로 없다. 문제는 가격상한제가 장기화했을 때다.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없게 된 생산자는 공급을 줄이거나 포기한다. 그중 낮은 가격으로는 이윤을 얻을 수 없는 한계 생산자, 즉 가장 약한 생산자부터 시장에서 떨어져나간다.가격상한제 덕에 물건을 싼값에 산 소비자는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들면서 품귀 현상이 발생해 비싼 값을 주고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싼값에 샀다고 해서 혜택을 받았거나 소비자 효용이 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공급이 부족해진 탓에 몇 시간 줄을 서서 샀다면 그 시간의 기회비용을 물건값에 포함해야 한다.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상한제는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자극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이 같은 초과 수요 상황은 암시장을 낳는다. 암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가격상한제에서 정한 최고 가격은 물론 가격상한제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시장균형가격보다도 높아진다. 비상시에만 써야 할 비상 대책가격상한제는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많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가격인상을 금지하자 상인들은 물건을 팔지 않으려고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데 정부가 정한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려는 상인은 없었다.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이 속출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졌다.로베스피에르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우유를 마음껏 먹게 하겠다며 우유 가격의 상한선을 정했지만 오히려 우유를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 사료 가격이 비싸 낙농업자들이 우유 가격 상한선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 로베스피에르는 사료 가격에도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사료마저 품귀 현상을 빚었다. 닉슨의 석유 가격상한제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가스 라인을 만들었다. 마스크 가격상한제는 마스크 2장을 사려고 약국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촌극을 낳았다.오랜 역사와 수많은 사례가 알려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가격상한제는 예외적 상황에서 시행하는 비상 대책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상으로 시장의 힘을 거스르려는 시도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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