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다고 믿으면 진짜 오른다? 물가를 조종하는 '기대심리'의 마법
경제야 놀자

오른다고 믿으면 진짜 오른다? 물가를 조종하는 '기대심리'의 마법

유승호 기자2026.04.16읽기 5원문 보기
#기대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기대심리#소비자물가#임금-물가 악순환#한국은행#BEI(Break-Even Inflation)#폴 볼커#생활물가

물가상승 예상에 "임금 더 달라"

기업, 상품 가격 올려 인건비 부담

물가 오르면 임금인상 되풀이

높은 기대인플레 안정시키려면

체감 쉬운 생활물가부터 잡고

정책 통해 물가안정 기대감 줘야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물가에 대한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2%로 전달(2%)보다 높아졌다.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과 각종 공산품에 차츰 반영될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더구나 물가 상승세는 한번 시작되면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그 기대 자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돼 실제 물가를 끌어올린다.설문조사·채권시장 지표로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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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물가 상승률에 대한 주관적 전망을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라고도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한다. 한국은행은 매월 2500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향후 소비자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파악한다. 지난달 조사에서 향후 1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에서 전달보다 0.1%P 상승했다.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1년간 소비자 물가가 2.7% 오를 것으로 평균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뉴욕 연방은행과 미시간대 등이 역시 설문조사를 토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측정한다. 금융시장 지표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BEI(Break-Even Inflation)다. BEI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 금리를 빼 산출한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원리금도 높아지는 채권이다. 물가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져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그만큼 금리가 하락해 BEI가 커지게 된다.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기대인플레이션이 중요한 것은 기대가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큰 폭의 물가상승을 예상한다면 그 이상의 임금인상을 회사에 요구할 것이다. 그 요구가 반영돼 임금이 상승하면 회사의 생산 비용이 커지고, 회사가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022년 발표한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P 높아지면 4개 분기 후 임금 상승률이 0.3~0.4%P 오르고, 임금 상승률이 1%P 높아지면 4~6개 분기 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2%P 오른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물가가 안정돼 있을 때보다 큰 폭으로 오르는 시기에 더 커진다.

한은 연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의 상관계수는 물가 상승기에 0.51, 물가 둔화기에 0.13이었다. 한은은 임금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2021년 이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제약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많아지면서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흡수하지 못하고 가격에 전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의 인플레 기대가 더 높은 이유197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높은 인플레이션은 미 중앙은행(Fed)이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Fed는 물가상승률이 10%를 넘나드는 와중에도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그 결과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했다.

Fed가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이후다. 1979년 Fed 의장이 된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렸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기대인플레이션에는 주관적인 물가상승률과 쇼핑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것도 여성이 장보기 등을 통해 물가를 체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생활물가부터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과 의사소통이다.

정책 당국이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경제주체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잦아들기 어렵고, 물가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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