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지원하니 환자 폭증…복지의 '코브라 효과'
경제야 놀자

병원비 지원하니 환자 폭증…복지의 '코브라 효과'

유승호 기자2025.09.04읽기 5원문 보기
#코브라 효과#도덕적 해이#새는 양동이 가설#공유지의 비극#기초생활보장제도#실업급여#무상 보육#인센티브 설계

인도에선 코브라 잡아오면 포상금

돈 받으려 코브라 길러…숫자 더 늘어

정책이 오히려 문제 악화 시키는 현상

복지정책은 '구멍 난 양동이'

행정비용 낭비·근로의욕 저하 등 발생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복지를 포함한 ‘기본사회’ 예산이 57조원으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복지정책에는 재정 부담을 따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복지정책 자체의 속성으로 돈은 돈대로 쓰면서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집에서 뱀을 키운 이유

복지정책에 내장된 첫 번째 문제점은 ‘코브라 효과’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 코브라가 출몰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영국 식민당국이 대책을 내놨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잡아 오는 코브라가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인도인들이 포상금을 받을 요량으로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었다. 경악한 식민당국이 포상금을 폐지하자 인도인이 키우던 코브라를 내다 버려 더 엉망이 됐다.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하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가 2001년 출간한 책 <코브라 효과>에서 유래했다. 코브라 효과는 인센티브를 잘못 설계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는 것이다.2006년 6세 미만 아동이 입원하면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진료비가 1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멀쩡한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창회에 다녀오는 부모도 있었다. 코브라를 잡아 오랬더니 코브라를 키운 것처럼 아픈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하자 (가짜로) 아픈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지난 10년 사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111만 명, 실업급여 수급자가 28만 명 증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준다고 하면 가난한 사람이 많아지고, 실업자를 도와준다고 하면 실업자가 늘어난다.구멍 난 양동이복지정책의 두 번째 문제점은 ‘새는 양동이(leaky bucket)’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1975년 저서 <평등과 효율: 커다란 상충관계>에서 복지정책을 새는 양동이에 비유했다. 정부가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일은 물이 풍부한 곳에서 양동이에 물을 담아 물이 부족한 곳으로 가져가는 것과 비슷한데, 정부가 들고 있는 양동이에 구멍이 나 물(세금)이 줄줄 샌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복지정책은 투입한 예산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세금을 걷고 복지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과 근로 유인 약화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 등이 낭비 요인이다. 때로는 정책 혜택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무상 보육을 시행했더니 중산층 외벌이 가정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바람에 정작 저소득 맞벌이 부부는 큰 혜택을 얻지 못한 것이 좋은 사례다. 새는 양동이를 막겠다고 부정 수급 감시를 강화하면 그 또한 비용이 된다.복지 혜택은 안 받으면 나만 손해코브라 효과와 새는 양동이 현상 때문에 복지정책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공동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을 뜻한다. 복지정책의 기본 구조는 여러 사람이 마련한 재원으로 개개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때 복지 재원은 경합성은 있되 배제성은 없다. 즉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이용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몫은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쓰고 보자거나 안 쓰면 나만 손해라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 결과 재정이라는 공유지는 황폐해진다.이런 비극을 피하려면 복지정책 목표부터 조정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 가정 지원이 아니라 빈곤 탈출률을, 실업급여제도는 실업자 지원이 아니라 고용 증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리겠다”며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인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코브라 효과와 새는 양동이에서 보듯 복지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감안하지 않은 채 지출을 확대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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