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매직패스, 소비자 위한 '가격 차별'
경제야 놀자

놀이공원 매직패스, 소비자 위한 '가격 차별'

유승호 기자2025.02.27읽기 5원문 보기
#가격 차별#패스트트랙#매직패스#가격 탄력성#시장지배력#1급 가격 차별#2급 가격 차별#3급 가격 차별

패스트트랙 논란과 가격 차별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 책정

'돈내고 새치기할 권리'비판도

영화관 조조할인·쿠폰 할인 등

더 많은 소비자 구입 유도해

사회 전체로 보면 '후생' 증가

연합뉴스롯데월드에 입장하려면 6만4000원짜리 종합이용권을 사야 한다. 말이 종합이용권이지 뭐라도 타려면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기다리는 수고를 덜려면 매직 패스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5만4000원을 내면 다섯 가지를, 7만5000원을 내면 일곱 가지를 5~6분만 기다렸다 탈 수 있다. 이런 ‘패스트 트랙’은 종종 논란을 낳는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매직 패스는) 새치기할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직 패스와 비슷한 ‘가격 차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새치기처럼 나쁜 것도 아니다.

고깃집 손님들이 말하지 않는 것고깃집을 예로 들어 보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T식당의 돼지갈비는 1인분에 1만8000원이다. 식당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1인분에 최소 1만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가정하자.손님 중에는 돼지갈비가 2만원이어도 먹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돼지갈비를 아주 좋아하거나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돼지갈비에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즉 지불 용의가 높은 소비자다. 반대로 돼지갈비가 1만6000원이면 사 먹을 텐데 1만8000원은 너무 비싸다며 안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불 용의가 낮은 소비자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손님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길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2만원을 내고도 먹겠다는 사람에겐 2만원에 팔고,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사람에겐 1만6000원에 판다면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에 대해 구입자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모든 소비자의 지불 용의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실에선 소비자를 몇 덩어리로 나눠 가격 차별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극장 조조할인이다. 관객이 적은 오전 시간에 오는 손님과 관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오는 손님을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3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구매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두 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주거나 대용량 제품 구매 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2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1급 가격 차별은 소비자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맞춰 저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휴대폰 매장에 갔는데 직원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묻는다면 1급 가격 차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아홉 잔 구입하면 열 잔째는 공짜로 주는 것, 숙박업소의 성수기 요금과 비수기 요금이 다른 것, 카드 할인, 쿠폰 할인, 수험생 할인 등이 가격 차별 사례다. 단순히 가격이 다르다고 해서 가격 차별은 아니다. 같은 상품이 도시보다 섬마을에서 비싸다면 그것은 운송비 등이 더 들어서 발생하는 일이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사람을 위한 할인가격 차별은 흔하기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 우선 가격 탄력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돼지갈빗집이 모든 손님에게 같은 가격을 받는 것은 2만원에도 먹겠다는 손님과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손님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차별은 일정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판매자가 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판매자가 가격 차별을 한다면 높은 가격을 요구받는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찾아갈 것이다. 재판매가 가능해서도 안 된다. 할인가에 구입한 사람이 웃돈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면 정상가는 무의미해진다. 가격 차별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차별은 사회 전체로 보면 순기능을 한다.

관객이 적은 시간에 좌석을 비워 놓는 것보다는 싼값에라도 파는 것이 극장엔 이익이다.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사람은 조조할인 덕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매직 패스도 그렇다. 매직 패스로 롯데월드가 매출을 늘릴 수 없다면 종합이용권 가격은 더 비싸질지도 모른다. 이 점을 이해했다면 매직 패스를 새치기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담배 가격 올려야 할까요
시사이슈 찬반토론

담배 가격 올려야 할까요

담배 가격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 측은 OECD 국가 중 가장 싼 담뱃값이 높은 흡연율의 원인이며, 가격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담뱃값 인상이 서민에게 역진적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재정 확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사는 정부가 담배 판매를 용인하면서 동시에 금연을 강요하는 모순된 정책을 지적하며,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 제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2013.04.11

금사과·금딸기…농산물값은 왜 널뛰기할까
경제야 놀자

금사과·금딸기…농산물값은 왜 널뛰기할까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작아서 공급량의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풍년에 오히려 가격이 폭락해 농민 소득이 줄어드는 '농부의 역설'이 발생하며,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도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2024.01.18

해수욕장 물가 바가지일까요?
커버스토리

해수욕장 물가 바가지일까요?

성수기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바가지'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격 상승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락에는 관대한 이유는 손실에 더 민감한 심리 때문이며, 가격 변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경제학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2.07.14

탄력적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요
경제학 원론 산책

탄력적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요

독점기업이 소비자를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차별은 1급, 2급, 3급으로 구분되며, 특히 3급 가격차별에서는 가격탄력성이 높은 탄력적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을, 비탄력적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가격차별은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키지만 사회적 잉여와 소비자 잉여에 미치는 영향은 차별의 유형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2022.12.22

공급차단 vs 수요억제…마약퇴치 뭐가 더 효과적?
경제야 놀자

공급차단 vs 수요억제…마약퇴치 뭐가 더 효과적?

마약 퇴치는 공급 억제와 수요 억제 두 가지 정책으로 나뉘는데, 마약의 높은 중독성으로 인해 공급 억제 정책은 가격만 올려 공급업자 수입을 증가시키고 중독자들의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 수요 억제 정책은 마약 가격을 낮춰 범죄를 줄일 수 있지만 신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으며, 대마 합법화를 추진한 미국 주들도 오히려 중독자와 범죄가 증가해 어떤 정책도 마약 근절에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24.10.10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