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하다는데…美 소득불평등은 줄어들었다?
경제야 놀자

양극화 심하다는데…美 소득불평등은 줄어들었다?

유승호 기자2024.01.25읽기 5원문 보기
#소득불평등#양극화#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데이비드 오터#팬데믹#확장적 재정정책#저출산·고령화

고령화로 노동인구 줄어들고

팬데믹 이후 각국 돈 풀기 지속

美 저소득층 임금 크게 올라

하위 10% 급여 6.4% 늘 때

상위 10% 실질임금 2.7% 감소

불평등의 40% 해소 분석

'富의 대물림' 고착화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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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진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원 교수가 2013년 출간한 <21세기 자본>의 핵심 내용이다. 피케티 교수의 주장은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불평등 해소가 각국의 주요 정책 과제가 됐다. 그런데 통념과 달리 부의 불평등이 오히려 덜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말일까.“불평등에 대한 기존 지식 틀렸다”불평등이 해소되려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작년 5월에 발표한 논문 ‘팬데믹과 관련된 저임금 노동시장의 변화’에서다. 논문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에서 소득 하위 10%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임금은 6.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10%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2.7% 감소했다. 저소득층 임금은 늘고, 고소득층 임금은 줄었으니 격차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오터 교수는 2020년 이후 저소득층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난 40년간 생겨난 임금 불평등의 40%가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오터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이런 제목의 특집기사를 냈다. “대박 난 육체노동자들, 불평등에 관한 기존 지식은 왜 틀렸나.”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피케티 교수에 대해 “마르크스보다 큰 연구성과”라고 평가했으나 10년 만에 불평등에 대한 정반대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의 제럴드 오텐과 미 의회의 데이비드 스플린터가 작년 9월에 내놓은 논문 ‘미국의 소득 불평등’도 흥미롭다. 이들은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상위 1%의 세후 소득 점유율이 0.2%p밖에 높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불평등이 심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AI 시대는 블루칼라 전성시대불평등이 완화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유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노동인구 부족이다. 일본·독일·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희소한 자원은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육체노동자의 가치가 높아졌다. 고령화로 힘을 쓸 수 있는 젊은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육체 노동자를 중심으로 임금이 상승하면서 소득 격차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둘째, 주요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각국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었는데, 저임금 근로자들이 이 같은 정책의 수혜 계층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실업률은 2022년 1월 이후 완전고용에 가까운 4%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유로존 실업률은 6.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셋째, 인공지능(AI) 발달도 저임금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AI가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웬만한 서류 작업은 AI가 대신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도관을 수리하고 벽지를 붙이는 일은 인간, 그중에서도 블루칼라 근로자만 할 수 있다.

한국의 불평등 문제소득 격차가 줄었다거나 커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주의할 점이 있다. 오텐과 스플린터의 논문에서는 미국 상위 1%의 세후 소득 점유율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같은 논문에서 상위 1%의 세전 소득 점유율은 2.7%p 올랐다.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분된 실업수당, 의료급여 등 정부의 복지 지원이 없었다면 소득 격차가 꽤 커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부의 대물림’을 통해 계층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크다.

이지은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과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2월에 발표한 논문 ‘부모의 소득·학력이 자녀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서 1980년대생 중 어릴 적 가구소득이 상위 10%에 속했던 사람은 하위 10%에 속했던 동년배보다 33%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소득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 격차가 없다거나 크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 등 한국도 불평등이라는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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