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 선언한 미국, 인력 30만 부족…한국·일본·대만서도 '인재 확보전' 뜨거워
숫자로 읽는 세상

반도체 자립 선언한 미국, 인력 30만 부족…한국·일본·대만서도 '인재 확보전' 뜨거워

이고운 기자2022.01.06읽기 4원문 보기
#반도체 자립#인력난#파운드리#TSMC#설비투자#EUV 노광장비#ASML#임금 인상

생각하기와 글쓰기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인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그만큼 우수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도 인력난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정부는 규슈지역 고등전문학교를 반도체 인재 육성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인재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중국 대만 등지의 반도체기업 수요에 비해 근로자가 각각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부족하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컴퓨터·전자제품산업 근로자는 지난해 11월 기준 109만1800여 명으로 2017년 초(103만여 명)보다 6만 명가량 증가했다. 늘어난 인력 중 상당수가 반도체산업 종사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력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사 에이트폴드에 따르면 2025년까지 7만~9만 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을 둔 ‘반도체 자립’이 현실화하면 30만 명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에이트폴드는 미국에 팹(제조시설)을 충분히 지어놓고도 인력이 부족해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대만은 작년 8월 기준으로 근로자가 2만7700명 부족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급증했다.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대만 반도체산업의 평균 임금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은 최근 5년 동안 반도체 인력을 두 배로 늘렸는데도 여전히 25만 명이나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매년 10%씩 인력을 늘리기 위해 인재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 기업이 생산기지 확충에 나선 상황이어서 구인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152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장 큰 문제로 전문인력 확보가 꼽힌다. 반도체 생산 과정의 자동화율은 매우 높지만 팹 운영과 연구개발(R&D)에는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재들은 반도체기업을 마다하고 고연봉을 제시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로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 교육 등 복지 확대, 유연근무제 등을 내세우며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여기에 각국 정부까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자국의 반도체 패권을 지키거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규슈지역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 및 개발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규슈 구마모토현에는 2024년 대만 TSMC의 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5년간 전문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한국의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학이 결합한 형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관련 기업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정하기로 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9% 남짓으로 밀린 상태다. 대만은 지난해 5월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TSMC 등은 여러 대만 대학과 손을 잡고 반도체 전문과정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선 지난해 말 기준 베이징대 칭화대 등 12개 대학에 반도체 전공과정이 마련됐다. 미 반도체기업들은 해외 인력 채용의 문턱을 낮춰달라고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 대학에서 전자공학 전공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반도체 전문인력을 자급자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고운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영원한 승자는 없다…글로벌 반도체 기업 M&A '태풍'
커버스토리

영원한 승자는 없다…글로벌 반도체 기업 M&A '태풍'

한국은 1980년대 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하며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만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향후 반도체 전쟁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기술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2020.11.05

총성없는 반도체 전쟁 클러스터 전략 성공하려면
커버스토리

총성없는 반도체 전쟁 클러스터 전략 성공하려면

정부가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가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5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2023.03.30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사는 법
커버스토리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사는 법

강소국은 좁은 국토와 적은 인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자유, 개방성, 혁신을 바탕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들이다. 대만의 TSMC, 싱가포르의 해양물류 기지, 이스라엘의 혁신 경제, 스위스의 기술 집약적 산업 등 세계 각지의 강소국들은 자신의 강점을 특화하여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2021.06.10

파운드리 1위 TSMC의 질주…'고립무원' 대만 위상 높였다
커버스토리

파운드리 1위 TSMC의 질주…'고립무원' 대만 위상 높였다

대만은 198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였으나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적 고립을 겪었지만, 최근 TSMC의 파운드리 사업 1위 달성과 미디어텍의 스마트폰 AP 2위 성과 등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률에서 중국을 앞지르고 국민소득에서 한국을 역전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받게 되어, 면적과 인구가 작은 섬나라가 강소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21.06.10

"반도체를 확보하라",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한국·대만 파운드리 격돌, 미·중은 투자 경쟁
커버스토리

"반도체를 확보하라",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한국·대만 파운드리 격돌, 미·중은 투자 경쟁

반도체는 자동차, AI, 우주산업 등 모든 산업에 필수적이어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520억달러를 투자해 자체 생산 비중을 60%까지 높이려 하고, 중국은 170조원을 들여 전량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며, 한국의 삼성·SK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83년 일본의 부정적 평가를 극복하고 반도체 강국이 된 만큼, 이 경쟁에서 기술력으로 우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2022.05.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