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후 1~2일이면 입술,혀,잇몸,콧구멍,발,젖꼭지 등에 물집이 생기며 다리를 절고 침을 흘린다.
동시에 식욕을 잃고 젖이 나오지 않게 된다. 이후 24시간 안에 수포가 파열되며 궤양이 만들어진다.
호흡이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되며 바람을 타고 수십㎞씩 이동해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다. 치사율 5~75%인 치명적 전염병.'
설명만 들어도 무서운 이 질병은 그나마 다행이랄까,사람에겐 그다지 큰 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소나 돼지 따위의 가축에게 걸리는 이 병은 '구제역'이라 불린다.
하지만 한글만으로는 도무지 암호 같은 말이라 어떤 병인지 감을 잡기 힘들다.
한자로는 口蹄疫이라 쓰는데,'입 구,발굽 제,돌림병 역'자로 이뤄진 말이다.
이 병에 걸린 짐승은 입안 점막이나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겨 짓물러 죽게 된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영어로는 'Foot and Mouth Disease'이니 '구제역'은 이를 직역한 것이다.
이 낯설고 어려운 이름의 질병으로 인해 2010년 새해 벽두부터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3월 처음 발생한 이후 2002년에 이어 8년 만에 올해 다시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이란 단어가 등장할 때 늘 함께 쓰이는 말이 '우제류(偶蹄類)'다.
'짝/배필 우,발굽 제,무리 류'로,발굽이 2개로 갈라져 있는 짐승의 무리를 뜻한다.
소,돼지,양,사슴,기린,하마,낙타 따위의 짐승이 그런 무리에 해당한다.
그래서 구제역이란 말이 쓰일 때는 항상 우제류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따라 붙는다.
구제역이나 우제류 같은 말은 일상의 단어는 아니지만 우리말 어휘 목록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어쩌다 한번 등장하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금세 유행어처럼 떠오른다.
하지만 질병이 퇴치되면 곧 그 세력도 사그라지는 변방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은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다.
구제역은 한국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사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를 통해 찾아보면 이미 1993년부터 한국 언론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제류는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물론 구제역에 비춰볼 때 조만간 사전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갖춘 후보라 할 만하다.
이에 비해 2008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광우병(狂牛病)'은 1998년 나온 <표준국어대사전>만 해도 표제어로 다뤄지지 않았다.
'광우병'은 이후 2007년 <동아새국어사전>에서 비로소 올림말로 다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