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29일 치러져 7일간의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울림은 컸다.
그것은 대부분 정치 · 사회적 과제일 터이지만 그 가운데는 우리말과 관련한 숙제도 있다.
가) 덕수궁 대한문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뒤편 봉화산 정토원엔 31일에도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부터 장례를 마칠 때까지 가장 많이 쓰인 말은 아마도 '조문(弔問)'일 것이다.
그가 숨을 거둔 뒤 이어 '빈소(殯所)'가 마련되고 조문이 시작됐다.
전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자 서울의 대한문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분향소(焚香所)'가 설치됐다.
봉하마을에만 100만여명이,전국적으로 400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는 추산도 있다.
그런데 조문객이 이렇게 많을 수 있다니,'조문'의 뜻을 곰곰 생각해 보면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조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조문이란 말을 확대 해석한다 하더라도 지나친 면이 있다.
사전들은 '조문'을 '남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것'으로 풀고 있다.
'조문객 100만 또는 400만'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살펴야 한다.
두 말을 혼동해 잘못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소'란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즉 시신을 안치한 곳이다.
이에 비해 '분향소'는 향을 피우면서 제사나 예불 의식 따위를 행하는 장소를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 있는 곳,즉 빈소는 단 한 군데뿐이므로 찾아와 애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명인이 죽었을 땐 외지에 영정이나 위패를 모신 분향소를 설치해 멀리 있는 사람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분향소는 전국 각지에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가 "상가에 가서 조문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빈소(시신이 누워 있는 곳)를 찾아가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상주 등 유족을 위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상주는 빈소를 지키게 돼 있고,빈소에 곧 상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소 이외의 다른 곳(분향소)은 엄밀히 말하면 '조문'이 아니다.
그냥 '애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