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 기상청은 "31일 영서지역은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맑겠지만 영서 남부지역과 영동지역은 북동기류의 영향으로 비 또는 눈이 내린 뒤 오후부터 갤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나는 숙종 때의 문신으로 영의정까지 오른 약천(藥泉) 남구만(1629~1711)의 유명한 시조 작품이고,다른 하나는 최근 어느 신문에 보도된 일기예보 기사의 한 대목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예문에는 같은 의미의 말이 하나 들어 있다.
'재'와 영동 · 영서지역 할 때의 '영'이 그것이다.
농촌의 한가로운 아침 풍경을 운치 있게 표현한 대표적 권농가(勸農歌)로 꼽히는 이 시조는 약천이 말년에 강원도 동해시 망상 부근에서 지내면서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재'는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높은 산의 고개'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전국 어느 곳을 가든 도시화가 이뤄져 '재'란 말을 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재'는 '재를 넘다/ 재 너머 마을/ 그다지 높지 않은 재를 사이에 두고…'처럼 예전엔 활발히 쓰이던 말이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들어오는 서북쪽 길목인 무악재는 특히 명,청나라 사신들이 지나는 관문 구실을 한 교통 요충지였다.
이를 한자로 하면 '영(嶺)'이다.
그러니 영동이니 영서니 하는 말은 바로 '재의 동쪽' '재의 서쪽'을 뜻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면 그 기준으로 삼은 '재'는 어느 곳일까.
우리가 잘 아는 대관령(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 사이에 있는,높이 865m의 고개)이 서울과 영동지역을 잇는 고개다.
'영동지역' '영서지역'이란 말은 '대관령 동쪽에 있는 지역' '대관령 서쪽에 있는 지역'이란 의미의 단어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영남(嶺南)'은 '영의 남쪽'이란 뜻으로,경상도 지방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때의 '영'은 조령(鳥嶺)을 가리킨다.
사전에서 조령을 찾으면 '새재'와 같은 말로 나오는데,이곳이 바로 '문경새재'다.
'새재'는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고개를 이르는 말이다.
조선 시대에 축성한 제1ㆍ2ㆍ3 관문과 부속 성벽으로 된 사적 제147호의 문경 관문이 있으며,현재 경상도와 충청도의 도립공원이다.
새재는 글자 그대로 '새'와 '재'의 합성어로,이를 한자로 한 게 '조령(鳥嶺)'인 것이다.
서울에도 영동이 있다.
그런데 강원도 '영동'은 사전에 올라 있는 공식적인 지명이지만,서울의 '영동'은 사전에도 없고 지도에도 안 나오며 행정명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곳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영동'이라 부른 적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