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은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을 말하죠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노숙인은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을 말하죠

홍성호 기자2017.09.07읽기 4원문 보기
#노점상#노숙인#빈곤#문전걸식#난전#시전#소득불평등

'노천'의 한자는 '이슬로(露)'이다. 이를 자칫 '길로(路)'로 착각하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한데에 있어서 이슬을 맞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절묘한 작법이다. 지난 9월7일은 절기상 백로(白露)였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 다음에 든 백로는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하는 때다. 곧이어 추분(秋分·9월23일)이 되면 이때부터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길어진다. 백로는 글자 그대로 ‘희고 맑은 이슬’이라는 뜻이다. 이맘때가 되면 새벽녘 풀잎에 이슬이 맺힌 것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이슬이 맺히는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한다. 대기 온도가 낮아져 수증기가 응결하기 시작할 때의 온도다.

우리가 잘 아는 ‘어는 점(빙점)’, 즉 물이 얼기 시작할 때의 온도인 섭씨 0도가 되기 전이다. 노숙은 순우리말로 ‘한뎃잠’노점상(길가의 한데에 물건을 벌여 놓고 하는 장사), 노숙인(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 노천극장(한데에 임시로 무대만 설치해 만든 극장)….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런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풀이에 힌트가 있다. 모두 ‘한데’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한데는 주위를 둘러봐도 가리거나 덮을 게 아무것도 없는 곳을 말한다. 즉 집 바깥인 것이다. 한자어로 하면 ‘노천(露天)’이다. 노천극장을 비롯해 노천카페, 노천강당, 노천탕 같은 게 있다.

모두 한데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노천’의 한자가 ‘이슬로(露)’라는 점이다. 이를 자칫 ‘길로(路)’로 착각하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한데에 있어서 이슬을 맞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절묘한 작법이다. ‘로(露)’는 뜻을 나타내는 ‘비우(雨)’와 음을 나타내는 ‘길로(路)’가 더해져서 만들어졌다. 빗방울이 길위에 얹혀 있다는 뜻이니, 곧 이슬을 말한다. 이슬은 한데와 연결돼 있어서 ‘드러내다, 나타내다’란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노골적, 노출, 폭로, 탄로 등 많은 말이 이 ‘露’자를 쓴다.

피로연은 ‘널리 알리는 잔치’‘노점상’이나 ‘노숙인’도 어원 의식이 흐려지면서 ‘길로(路)’ 자를 쓰는 말로 알기 쉽지만 모두 ‘이슬로(露)’다. 대부분 이 말의 의미를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 ‘길에서 잠자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기 때문에 ‘길’을 연상해 그런 것 같다. 노숙인은 길에서 자는 사람이 아니라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이라는 데서 온 말이다. 노숙(露宿)을 순우리말로 하면 한뎃잠이다. 즉, 한데서 자는 잠을 뜻한다.

요즘 노숙인은 문전걸식(門前乞食: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빌어먹음)이나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집 없이 떠돌아다님을 비유)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모두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는 뜻으로, 객지에서 많은 고생을 겪음을 비유)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말이다. 홍성호 한국경제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노점상도 길(路)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露)이 더 본질적인 뜻을 담고 있다. 노점(露店)은 점포 없는 가게다. 조선시대에 허가 없이 장사하던 ‘난전(亂廛)’에 해당한다.

이들은 점포를 차리고 물건을 팔던 ‘시전(市廛)’ 상인에 비해 한데서 떠돌아다니며 좌판을 벌였다. 결혼식 같은 데 가면 피로연을 하는데 이때의 피로는 무엇일까? 행사를 하느라 피로(疲勞)할 테니 먹고 쉬라는 잔치인가? 피로연(披露宴)에도 露가 쓰였는데, 이때는 ‘드러내다’란 의미다. ‘펴다, (끈을)풀다’는 뜻의 피(披)와 어울려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뜻이다. 피로연은 곧 결혼이나 출생 등 기쁜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해 베푸는 잔치’를 말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힘들지만 따뜻하고, 각박하지만 달콤한 풍경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힘들지만 따뜻하고, 각박하지만 달콤한 풍경들

이 소설은 경제적 격차로 인해 처한 환경이 극명하게 다른 세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란이, 부유하지만 폭력적인 아빠를 둔 클레어, 불법체류자 신분의 민성이 서로를 돕고 위로하며 지내는 과정에서, 비록 현실은 힘들지만 청춘의 희망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2023.06.01

실전! 글쓰기

제 18회 논제 :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빈곤의 대물림

빈곤의 대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능력이나 필요에 따른 분배보다 노력에 따른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보충학습이나 무료 교육방송 등으로 빈곤층에게 기회의 평등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은 필수적이지만 사회적 상승이동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빈곤층을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7.01.01

수리성<계산하기>과 인문성<의미제시>을 결합해야
2018 대입 전략

수리성<계산하기>과 인문성<의미제시>을 결합해야

상경계열 인문수리논술은 단순한 수학 계산 능력을 넘어 수치를 통해 경제·경영 현상의 의미를 파악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한양대·건국대·경희대·이화여대·숭실대·중앙대·항공대 등 주요 대학들은 확률, 기댓값, 통계 등의 수학적 개념을 경영학·경제학 사례에 적용하여 논리적으로 풀이하고 제시문의 이론으로 평가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따라서 수학적 계산 정확성과 함께 결과의 경제적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는 연습이 합격의 핵심이다.

2017.10.12

더 벌거나, 골고루 나누거나…더 나은 편익 선택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더 벌거나, 골고루 나누거나…더 나은 편익 선택

제한된 자원을 효율성(더 많은 이익 창출)과 형평성(공정한 분배)이라는 두 가치 중 어느 쪽에 우선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효율성만 추구하면 생계 곤란으로 인한 노동 의욕 상실이 발생할 수 있고, 형평성은 단순한 동등 분배가 아니라 노력과 상황에 맞는 '응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가치 모두 인간 사회에 필요하며, 각 개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2024.10.02

복수 제시문 요약형은 논리적 관계를 살펴보자
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복수 제시문 요약형은 논리적 관계를 살펴보자

복수 제시문 요약형 논술에서는 제시문 간의 논리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통합적 요약의 핵심이다. 제시문들이 인과관계, 대등관계, 원인-결과 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등으로 분류하여 유기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시문들이 드러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두괄식으로 명확하게 결론지으면서, 논리적 흐름에 맞게 제시문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답안 작성 방법이다.

2023.07.13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