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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 담배 가사 있다고 금지곡 지정해야하나요

2011.08.29

술 · 담배 가사 있다고 금지곡 지정해야하나요

김선태 기자2011.08.29읽기 8원문 보기
#청소년유해물 지정#음반심의위원회#여성가족부#청소년보호법#규제#창작의 자유#소비자 보호#행정 일관성

찬 "아이들 기르는 부모입장서 한번쯤 생각해봐야"반 "술 · 담배 팔면서 금지곡 지정하는 건 어불성설"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몇몇 대중가요가 청소년유해물로 지정돼 소위 '금지곡'이 되면서 과잉규제 내지는 과잉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회는 최근 인디밴드 10㎝의 '아메리카노' 장혜진의 '술이야' 김조한의 '취중진담' 등의 노래가 가사에서 술 담배 등을 부각시켰다며 이들 노래를 유해물로 결정해 관련 곡의 팬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단지 가사에 '술 ·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청소년유해 매체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래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술 담배 등을 권하거나 의존을 조장하는 등에 해당할 때 지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팬들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구시대적인 기준으로 금지곡을 결정했다며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특정 금지곡을 부른 가수들의 팬들은 여성가족부에 전화공세를 해대는 것은 물론 여성가족부 홈페이지가 한때 항의성 글들로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되면 음반에 19세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여야 되고, 평일에는 오후 1시부터 밤 10시,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방송매체에서 방송을 할 수 없게된다. 음심위는 매년 3만 건의 음반을 모니터링해 유해음반 여부를 결정한다.

유해음반으로 판정받은 노래는 2008년 653건에서 2010년에는 1057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만 516건에 달했다. 대중가요의 청소년유해물 판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여성가족부는 최근 청소년들의 음주 흡연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이를 우려하는 많은 부모님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과잉심의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와 동시행령 별표1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 2호 타 항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약물 등의 효능및 제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그 복용 제조및 사용을 조장하거나 이를 매개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유해매체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장혜진의 '술이야'의 경우 "슬픔이 차올라서 한 잔을 채우다가 떠난 그대가 미워서/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등 전체적인 맥락상 술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술을 조장하는 표현을 쓰고 있어 관련 법규에 의거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심의,결정했다는 얘기다. 여성가족부는 현행 법규가 문제가 있다면 법규를 개정해서 해결해야지 법규대로 집행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성가족부는 또 일부 노래의 경우 초등학생 부모들이 가사가 아이들에게 적절치 않다고 민원을 제기해와 금지곡으로 지정한 것도 있다며 음악을 창작하는 젊은이들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금지곡 지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단순히 가사에 술 담배가 들어가느냐 여부로 볼 게 아니라 곡 전체의 맥락을 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일부에서 군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아동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 반대영화나 드라마에서 버젓이 담배피고 술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유독 노래만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편의점 어디서나 술 담배를 쉽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해 놓고서는 술 담배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규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술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유해한 건 이런 노래 가사가 아니라 어른들의 불신이라며 아이들이 이런 노래를 듣는다고 바로 술 담배를 마시고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음반심의위원회의 모호하고 자의적인 심의기준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죽이고 창작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정부의 금지곡 선정은 과거 군사정권 때 무차별적으로 약간의 반체제 기미만 보여도 금지곡으로 지정하던 때를 생각하게 만든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제대로 예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SM엔터테먼트가 여성가족부가 '너무 그리워'라는 노래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최근 승소한 사례를 들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심의의원들의 생각은 어차피 소수의 주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사한 소송 사태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 생각하기이번 논란의 궁극적 원인은 관련 법규의 미비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별표1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이라는 짧지 않은 길이의 구체적인 심의 기준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이 기준에 따라 심의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려다 보면 막상 애매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적지 않다.

마침 여성가족부는 음반심의 기준을 구체화한 음반심의세칙을 제정 중에 있다며 2012년부터는 청소년유해음반에 대한 재심의 제도를 시행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된 곡에 대한 재심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음반 심의를 점진적으로 자율규제로 전환하고 단기적으로는 19세미만 청소년에게 모두 해당되는 현행 규제에 '12세 미만 이용제한' 등급을 신설해 연령별로 차등 규제한다는 내용의 제도개선안도 발표했다. 정부는 차제에 심의기준을 좀 더 세부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 그래야 심의위원들의 주관이 최종적인 유해물 판정에 적게 작용할 것이고 그에 따른 갈등이나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소위 선정성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는 사실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 그 기준을 아무리 객관화하려고 해도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 기준도 계속 변할 수 밖에 없다. 입법상 조치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지만 우선은 관련 법규부터 재정비하고 상황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노컷뉴스 8월 23일자 보도기사>여성가족부가 술, 담배 등의 가사가 들어간 가요에 무더기로 '19금' 딱지를 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6일 열린 본심의에서 십센치(10cm)의 '아메리카노', 2PM의 '핸즈업'(Hands Up), 장혜진의 '술이야', 김조한의 '취중진담' 등의 곡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4일에도 그룹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백지영의 '아이캔드링크', 박재범의 'Don's let go'와 애프터스쿨의 '펑키맨', 허영생의 'Out the club' 등의 노래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으로 이들 노래가 담긴 음반을 사거나 음원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19세 성인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아울러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인 오전 7시~오후 10시 사이에는 방송이 금지된다. 이들 노래들이 '19금' 딱지를 붙이게 된 이유는 바로 '술' 혹은 '담배'라는 단어가 가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 여성가족부는 이들 노래가 "청소년보호법 10조 및 시행령 7조에 청소년유해약물효능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며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렸다. 전날까지 아무 문제없이 음반을 구입하거나 음원 다운로드가 가능했던 노래들이 갑자기 성인인증을 필요로 하자,가요팬들은 "해당 단어가 포함됐다고 이 노래들이 무조건 청소년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냐"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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